리그상어(Mustelus lenticulatus) 이미지. Paul Caiger 제공
상어는 '침묵의 살인자'로 유명하다. 소리를 내지 않고 먹잇감에 은밀히 다가가 사냥을 하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처음으로 상어가 소리가 낸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미국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 연구팀은 리그상어(Mustelus lenticulatus)가 딱딱거리는 소리를 활발하게 낸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관찰하고 분석결과를 20일(현지시간) '영국왕립학회보 오픈 사이언스(Royal Society Open Science)'에 게재했다.
뉴질랜드 해저에 주로 서식하는 리그상어는 일반적으로 물고기가 소리를 낼 때 사용하는 '수영방광'을 갖고 있지 않다. 수영방광은 물고기 몸속에 있는 공기주머니로 물고기는 수영방광을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물고기는 짝을 찾거나 다른 물고기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수영방광을 이용한다.
캐롤린 니더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 연구원은 2021년 미국 오클랜드대 박사과정생일 때 리그상어를 대상으로 행동 훈련 실험을 하는 도중 예상치 못하게 딸깍거리는 소리를 듣고 리그상어가 소리를 낼 수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후 니더 연구원은 수컷 5마리, 암컷 5마리 총 10마리의 리그상어를 여러 탱크로 이뤄진 대형 해양 실험실에 넣고 소리를 들어봤다. 탱크에 수중 마이크와 청음기를 부착했다.
관찰 결과 실제로 리그상어는 탱크 사이를 이동하거나 무언가에 잡힐 때 딸깍거리는 소리를 냈다. 한 번 딸깍거리는 소리는 매우 짧았으며 평균 48밀리초(ms, 1ms는 1000분의 1초) 동안 지속됐다. 사람이 눈을 한번 깜빡이는 것보다 빠른 속도다.
소리는 2.4~18.5kHz(킬로헤르츠)의 광범위한 주파수에서 발생했다. 소리 중 일부는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최대 156데시벨(dB, 음량의 단위)에 달했다. 상어는 탱크 실험실 환경에 익숙해지자 딸깍거리는 소리를 더이상 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상어는 먹이를 먹거나 수영할 때는 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딸깍거리는 소리는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놀랐을 때 내는 소리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상어가 이빨을 부딪히게 하면서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추측했다.
에런 라이스 미국 코넬대 교수는 영국 과학매체 뉴사언티스트를 통해 "많은 상어가 소리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딸깍거리는 소리는 급격히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어를 연구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상어의 소리를 통해 상어가 어떤 지역에 출몰했는지 어떤 위기에 처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98/rsos.242212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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