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군 봉양면 의용소방대원 25명
본업 뒷전, 산불진화 작업 연일 투입 활약
잔불 정리하고 소방호스 연결 임무 수행
불 끄면 "밥값 했다" 자축, 책임감으로 활동
경북 의성군 봉양면 의용소방대 대원들이 의성 지역 산불 현장에서 소방관들과 함께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임성계씨 제공
"마을 10m 앞까지 불길이 내려오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대형 산불이 마을을 휩쓸던 27일 오후 경북 의성군 봉양면 화전리. '봉양 의용소방대' 김효철(45), 임성계(44), 김승대(31)씨 얼굴에는 결연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산불 현장은 매 순간이 위기의 연속이었다. 사그라들지 않는 불씨와 산등성이마다 피어오르는 흰 연기, 건조한 날씨에 바싹 마른 낙엽은 순식간에 불타 올라 대원들을 수시로 위협했다.
성계씨는 "전시를 방불케 할 만큼 시커먼 연기가 가득차 1m 앞도 보이지 않았다"며 "위기감에 화물차를 세워 놓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의용소방대 활동 15년 차인 효철씨도 "방화선을 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불씨가 군데군데 폭탄처럼 떨어졌다"고 말했다. 불씨는 임도를 넘어 사방팔방으로 튀었고, 태울 수 있는 건 모두 태워버렸다.
경북 의성군 봉양면 의용소방대 대원들이 의성 지역 산불 진화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도와 호스 연결 작업을 하고 있다. 임성계씨 제공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는 화재나 재난상황 시 소방관들을 보조하는 일종의 '예비군' 역할을 한다. 가장 중요한 임무는 소방 호스를 연결·연장해 소방관들이 특정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후방 지원하는 것. 갈퀴와 등짐 펌프를 짊어지고 크고 작은 불씨를 잡으며 방화선도 구축한다. 헬기 조종사, 소방관, 경찰만큼이나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성계씨는 "의용소방대가 보조 역할을 하지 않으면 소방관 활동도 어렵다"며 "우리가 미리 준비해야 소방관이 현장에 도착한 즉시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5명이 활동 중인 봉양면 의용소방대원들은 회사원과 카페 사장, 신문 지국장 등 면면이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은 본업은 뒷전이고 산불 진화에 매달리고 있다. 2~3시간 쪽잠을 자고 현장에 출동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신문 지국장을 하며 동네 사정에 훤한 성계씨도 새벽 배달을 마치고 급히 현장에 뛰어들었다.
경북 의성군 봉양면 의용소방대 대원들이 의성 지역 산불 현장에서 불씨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임성계씨 제공
이번 봉양 의용소방대 활동에는 드론 훈련교관 자격증이 있는 승대씨의 활약이 컸다. 승대씨가 소방 호스 진입이 어려운 구간에 드론을 띄워 무전으로 불씨 방향과 거리, 현장 상황을 전달한 덕분에 대원들이 헤매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승대씨는 "드론으로 불씨가 있는 지점을 정확히 짚어 동료들의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며 "좋아하는 일을 산불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어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가 산불 진화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지만, 활동 여건은 열악한 편이다. 방화복도 없이 주황색 단벌 조끼와 마스크가 전부. 무전기와 랜턴 등 필요한 장비는 집에서 가져와야 한다. 대원들은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살수 장비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산불은 진화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산불 확산 중에도 한 주민이 집마당에서 소밥을 주려고 불을 피우다 집에 불이 옮겨붙어 의용소방대원들이 급히 껐다고 한다. 성계씨는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에게 안전교육도 하지만 산불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 의성군 봉양면 의용소방대 소속 임성계(왼쪽부터), 김효철, 김승대 대원이 27일 산불진화 작업 투입에 앞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의성=김재현 기자
진화 활동이 무섭지 않느냐고 묻자 "가족과 주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앞선다"고 답했다. 대원들은 기자와의 짧은 대화를 끝으로 "먼저 출동한 동료들을 도우러 가야 한다"며 서둘러 신발끈을 동여맸다. "세상이 알아달라는 건 아니에요. 불길을 잡은 뒤 '오늘 밥값 했다'고 자축할 뿐이죠."
의성=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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