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지진 후에도 반대세력에 공습…미얀마 민족통합정부, 2주간 휴전 제안
미얀마에 규모 7.7 강진이 발생하면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은 최대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방송 CNN은 28일 발생한 지진으로 지금까지 16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군사 정권이 밝혔으나, 전문가들은 실제 사망자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사망자가 1만 명 이상일 가능성은 71%인데, 10만 명 이상일 가능성도 3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은 실제 사망자 규모를 파악하는데 몇 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번 지진은 지난 1세기 동안 미얀마를 강타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위력을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질조사국은 이번 지진을 1900년 이후 지진 진원지에서 반경 1500km 내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고 분석했는데, 제스 피닉스 지질학자는 "이런 지진이 방출하는 힘은 약 334개의 원자 폭탄과 같다"라고 말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제임스 잭슨 교수는 CNN에 지진이 1분 동안 지속된 파열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지면이 옆으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 한 장이 찢어지는 것을 생각해 보라"라며 "초당 약 2km 속도로 찢어졌다"라고 말했다.
지진의 피해 상황이 심각한 데다가 아직 구조되지 못한 채 건물 잔해에 깔려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명피해가 더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방송에 따르면 지진의 직접적 피해를 입은 만달레이 시에서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변호사는 자신의 아내와 가족 3명이 잔해에 깔려있는데 아직 시신을 수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지진이 발생한 28일이 금요일이었는데, 이날 이슬람 신자들인 무슬림은 금요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었다면서 "건물이 무너졌을 때 많은 무슬림이 건물 안에 갇혔고, 사상자와 사망자가 발생했다. 한 모스크에서 1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고 방송에 전했다.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빠른 구조와 수습이 필요하지만 미얀마가 처한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방송은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시기"에 지진이 발생했다면서 "2021년 권력을 장악한 군사 정권과 이를 전복하기 위해 싸우는 민주주의 세력 및 민족 반군 간 격렬한 내전으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다"고 전했다.
방송은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전쟁은 미얀마의 통신 및 교통을 파괴하여 피해 상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실제 만달레이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일부 구조대와 민간인들은 장비 부족 및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구조 활동에 방해를 받고 있다고 불평을 제기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민간인들이 잔해를 맨손으로 치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군사정권도 해외 어디든 도움을 줄 수 있는 국가가 있으면 도와달라며 손을 내밀고 있다. 방송은 "미얀마는 수십 년 동안 군부가 통치했는데, 일반적으로 재난이 닥쳤을 때 외국의 도움을 피했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고 보도했다.
해외 지원 요청에 중국은 미얀마의 상업 중심지인 양곤에 구호품을 전달했다. 또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 등 주변 국가들도 지원 의사를 밝혔고, 한국 외교부 역시 국제기구를 통한 200만 달러 지원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진의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만달레이까지 지원인력이나 물품이 언제 들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간의 내전으로 인해 교통 및 통신 수단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군사정권은 자신들의 반대 세력인 미얀마 민족통합정부(NUG, National Unity Government)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이후인 28일 오후 3시30분경 만달레이에서 북동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나웅초에서 폭격이 발생해 7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진원지와 가까운 지역부터 태국 국경까지 광범위한 공습이 실시됐다고 전했다.
이후 공습이나 폭격이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NUG는 30일부터 2주 간 휴전을 제안했다고 미얀마 매체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매체는 "NUG는 군부가 구조 작업자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체포를 자제하는 경우 군부가 통제하는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위해 시민 불복종 운동(CDM) 직원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러한 작전을 위해 초기 기금으로 100만 달러가 할당됐다"고 전했다.
▲ 28일(현지시간) 규모 7.7 지진이 강타한 미얀마 만달레이 시에서 건물이 지진 충격으로 인해 기울어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