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중기중앙회, 수출 중소기업 설문조사
43%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수출·매출 타격”
애로 1순위 “정책 파악 어려워”…대응기업 33%뿐
기업 절반 “관세 정보제공 위해 정부 지원 필요”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경북 소재 철강주조 중소기업 A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부과 발표 이후 현지 거래처 연락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철강·알루미늄을 사용해 생산한 파생상품에도 25%의 관세율을 적용했지만 제품 함량 등에 따른 관세 산정이 이뤄지지 않아서다. A사 관계자는 “관세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없어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며 “거래처 답변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수출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은 정확한 관세 정책조차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부과에 대응하고 있는 중소기업도 10곳 중 3곳에 그쳤다.
미국 관세부과로 인한 국내 중소기업 애로사항. (자료=중소벤처기업부)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는 31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수출 중소기업 설문조사’ 결과를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미국의 관세부과가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국내 중소기업의 애로를 발굴하기 위해 진행했으며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수출기업 600개사가 참여했다.
“美 관세정책 정확히 파악조차 어렵다”
조사 결과 응답 중소기업의 42.8%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상품 관세부과로 수출이나 매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겪고 있거나 예상하는 애로사항은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정확한 파악 어려움’이 41.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관세 리스크로 인한 물류비용 상승(38.2%) △수출국 다변화 비용 발생(36.5%) △미국 관세 대상 여부 확인 어려움(28.2%) △미국 거래처의 수출계약 지연·취소로 인한 경영애로(25.7%) △미국 수출중인 국내 거래처 대상 발주 물량 감소(23.3%) △미국 외 제3국에서의 수출 경쟁력 악화(22.7%) 순이다.
더 큰 문제는 응답 기업 중 관세 대응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은 32.5%에 불과한 점이다. 이들은 △생산비용 등 자체비용 절감 노력(52.8%) △미국 거래처와 관세 부담 논의(51.8%) △유관기관 설명회 참여 등 정보탐색(30.8%) △거래처와 장기계약 체결(14.4%) △미국 현지 직접 진출(12.3%)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관세부과에 따른 정부 지원 필요사항으로도 ‘관세 관련 정보제공’을 꼽은 기업이 전체 절반(51.3%)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물류비용 지원 강화(46.7%) △정책자금(융자·보증) 지원(40.5%) △법무·회계법인 등 관세 컨설팅(24.8%) △제3국 수출국 다변화 지원(19.2%) △전시회 등 미국 마케팅 지원(12.5%) 순으로 집계됐다.
파생상품을 수출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 중 43.4%는 관세부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지원 필요사항으로는 △미국 HS코드(품목번호) 확인을 위한 전문 컨설팅(42.4%) △철강·알루미늄 함량 계산 컨설팅(41.4%) △통관 절차 등 서류 대행(33.5%) △원산지 규정 강화를 위한 교육(25.6%) △관세청·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HS코드 조회시스템 이용 교육(23.6%) 등을 꼽았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문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 지원 필요사항. (자료=중소벤처기업부)
긴급대응반 가동한 중기부 “애로 해소”
중기부는 애로신고센터를 통해 수출 중소기업이 당면한 애로를 신속하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15개 지역별 애로신고센터를 통해 수출전문관이 1차 상담·안내를 진행 중이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서는 지방중소벤처기업청의 추천 절차를 거쳐 정책우선도 평가 면제 조치와 패스트트랙 절차 등을 통해 신속하게 자금을 지원한다. 심층상담이 필요한 경우 비즈니스지원단의 관세 전문인력을 통해 관세 관련 심층상담 및 현장클리닉을 연계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이 관세 관련 정보제공을 가장 필요로 하는 만큼 중기중앙회, 관세청 등과 협업해 ‘미 관세부과 대응 중소기업 지원 설명 및 현장 상담회’도 개최한다. 미국 관세 관련 최신 동향 및 지원정책을 소개하고 현장 애로 상담회와 병행하는 자리다. 지난 28일 서울지역 설명회를 시작으로 광주·전남, 경기, 충청, 경상 지역에서 연달아 개최한다. 온라인에서도 수출지원센터 누리집을 통해 관련 정보 및 정책 동향을 게재할 예정이다.
노용석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부과를 시작으로 자동차 관세, 상호관세 등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서 관세부과를 예고한 상황”이라며 “관세전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중기부 내 긴급대응반을 운영 중이다. 관세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애로를 계속해서 모니터링해 수출 중소기업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과 함께 중소기업의 애로와 불확실성을 해소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은 (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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