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대선 전 항소심이나 최종심에서 무죄선고돼야 자격 복원
4년형 받았으나 2년은 집행 유예, 전자발찌 차고 생활해야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 원내대표인 마린 르펜이 2025년 3월 31일 파리 법원에서 유럽연합(EU) 공공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한 재판 판결을 받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2025.3.31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런던=뉴스1) 강민경 기자 이지예 객원기자 = 프랑스 극우 지도자 마린 르펜(56)이 31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 4년과 5년간 공직 선거 출마 금지 등 실형을 선고받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유럽연합(EU) 예산 유용 등 횡령 혐의로 기소된 르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공직 출마 제한은 선고 즉시 효력이 발생함에 따라 르펜은 2027년으로 예정된 프랑스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선거 전 항소심이나 최종심에서 무죄가 선고돼야 출마 자격을 되찾을 수 있다.

르펜은 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으나 이 중 2년은 집행이 유예됐다. 이에 따라 2년 동안 전자 발찌를 차고 감옥 밖에서 생활하게 된다. 또 10만 유로(약 1억6000만 원)의 벌금도 부과받았다.

르펜의 소속 정당인 RN에도 200만 유로(약 32억 원)의 벌금이 부과됐으나 그 절반인 100만 유로는 집행이 유예됐다.

프랑스 검찰은 작년 11월 르펜에 대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5년간 피선거권 박탈, 벌금 30만 유로(약 4억8000만원)를 구형했다.

르펜은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 대표 시절에 당직자 수십 명을 유럽 의회 보좌진으로 허위 등록해 이들의 급여를 타내는 방식으로 EU의 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르펜과 RN 관계자들이 총 290만 유로(약 46억 원)의 유럽의회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르펜이 항소하더라도 출마 제한 등의 제재는 즉시 발효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주심을 맡은 베네딕트 드 페르투이 판사는 "법원은 재범의 위험 외에도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될 경우 공공질서의 중대한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02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재출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르펜은 극우 세력의 지도자이자 프랑스의 유력 대선 주자로 주목받고 있었다.

르펜은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법원의 심리는 약 1년이 걸리고, 항소가 기각되면 대법원에 갈 수도 있지만 이같이 복잡한 사건은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마린 르 펜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 지도자가 26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새 정부 구성에 관해 논의하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뒤편에는 국민연합 총리 후보인 조던 바르델라 대표이다. 총선후 새총리 인선을 파리올림픽이후로 미뤄온 마크롱 대통령은 각 정당 대표들을 연쇄적으로 접촉하고 있다. 2024..08.26 ⓒ AFP=뉴스1 ⓒ News1 윤석민 대기자

RN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30)는 즉각 반발하며 "프랑스 민주주의가 부당한 판결로 처형되고 있다"고 일갈했다. RN 내부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바르델라가 르펜을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러시아 성향인 르펜이 이 같은 판결을 받자 러시아 크렘린궁은 "점점 더 여러 유럽 국가가 민주적 규범을 위반하는 길로 가고 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유럽 극우 지도자들도 이번 판결에 반발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내가 마린이다"라며 연대를 표명했다.

네덜란드 극우 지도자인 헤르트 빌더스는 "나는 르펜이 항소심에서 이기고 프랑스 대통령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주류 정치권에서도 이번 판결에 불안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성향 공화당의 원내대표인 로랑 보키에는 "민주주의에서 선출직 공직자의 출마가 금지되는 건 건강하지 않다"며 "정치적 논쟁은 투표의 힘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펜과 대척점에 서 있는 극좌 성향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대표 장 뤼크 멜랑숑은 "선출직 공직자를 제거하는 결정은 국민에게 맡겨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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