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토스·오늘의집, 시장 우려 떨치고 성장 궤도 진입
그래픽=김현국
설립 10년 정도 된 국내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 가운데 지난해 처음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곳이 잇따라 나왔다. 금융 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 가구·인테리어 유통 플랫폼 오늘의집으로 유명한 ‘버킷플레이스’다. 유니콘 기업 중에선 사업의 장래성을 앞세워 투자를 유치하며 적자를 감수하고 몸집을 키우는 곳이 많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투자 업계 불황에도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국내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탄탄한 이용자층을 활용해 수익 내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며 “투자 감소로 위축된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흑자 전환 공통 비결 ‘수직 확대’
버킷플레이스는 31일 지난해 매출 2879억원, 영업이익 5억70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014년 설립 후 첫 흑자다.
앞서 비바리퍼블리카도 작년 매출 1조9556억원, 영업이익 907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매출은 42.7% 늘었고, 2023년 2065억원이던 영업적자도 흑자로 돌아섰다. 중고 플랫폼 당근도 지난해 매출이 48.2% 늘며 처음으로 25억원 영업 흑자를 올렸다.
작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유니콘들은 핵심 사업과 연계된 분야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확대해온 공통점이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 규모가 적게는 1000만명(오늘의집)에서 많게는 2480만명(토스)에 이르는 플랫폼 기업인 만큼 세 기업 모두 탄탄한 이용자층을 기반으로 주요 사업과 연결되는 사업을 적극 확대해왔다.
토스는 송금으로 시작해 지난 10년간 대출 중개와 간편 결제, 증권, 보험 등 금융 서비스에 특화된 사업을 적극 확장해왔다. 작년 5월에는 세금 환급 등 세무 서비스를 하는 계열사 ‘토스인컴’을 출범하며 수익성을 더 끌어올렸다. 토스 관계자는 “막내 계열사인 토스인컴만 해도 연간 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며 “하나의 앱(토스)에 모든 금융 서비스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증폭) 효과를 노린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버킷플레이스 역시 기존에 하던 가구 전자상거래를 인테리어 시공 중개까지 확장한 전략으로 실적 상승 효과를 봤다. 버킷플레이스 관계자는 “오늘의집을 통한 인테리어 시공 거래액은 누적 1조원을 넘어섰다”며 “특히 작년 시공 거래액은 전년 대비 2배 뛰며 실적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중고품 직거래 중개로 지역 사회 커뮤니티 데이터를 강화해온 당근 역시 이 데이터를 활용한 지역 기반 표적 광고 사업을 새롭게 내놓으며 실적을 견인했다. 당근 이용자의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걸어서 5분 거리(300m~1.5km) 동네 가게 광고를 집중 노출하는 ‘반경 타기팅 광고’를 2023년에 출시하며 광고 매출을 끌어올렸다. 당근 관계자는 “실적 개선의 핵심은 광고 매출로 2023년 대비 2024년 광고주 수는 37%, 집행 광고 수는 52% 증가한 덕분에 광고 매출이 48% 성장했다”고 말했다.
◇“다음 목표는 글로벌”
국내 시장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유니콘들은 새 성장 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장 전략은 해외 진출이다. 토스는 최근 앱 출시 10주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향후 5년 이내 토스 앱 사용자 절반 이상을 외국인 사용자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당근 역시 공동 창업자인 김용현 대표가 직접 캐나다로 떠나 북미 시장을 개척 중이다. ‘캐롯(Karrot)’이란 이름으로 캐나다에서 시작한 중고 거래 서비스는 2월 기준 누적 가입자가 200만명에 달한다. 오늘의집은 2022년부터 일본과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서비스를 출시하며 해외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여행·숙박에 특화된 클라우드·소프트웨어 판매 산업에 일찍 진출하며 사업을 확대해 2021년부터 흑자를 유지 중인 ‘야놀자’처럼 여력이 있을 때 새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31일 연간 실적을 공시한 야놀자는 작년 매출 9245억원, 영업이익 49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0.6% 늘었고, 영업이익은 29배가량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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