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재연 배우, 조·단역 거쳐 대세 배우로
영화 ‘로비’에서는 블랙코미디 선보여
“순발력보단 해석 잘 하는 배우 같아”
배우 강말금은 회사를 다니다 연기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재연 배우, 단역 등을 오가며 내공을 쌓았다. 이제는 얼굴이 안 보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믿고 찾는 배우가 됐다. 이젠 악역에 이어 블랙코미디 등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쇼박스 제공
“일기장에 ‘나는 망했어’라고 매일 쓰던 시절이 있었다. 40대에 들어서자마자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로 세상이 내게 문을 열어줬고, 그 때 ‘내 그릇이 좀 더 커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고집이 센 편이었는데 점점 유연해졌고 세상이 초대하는대로 열심히 살았다. 강말금이라는 배우의 생각과 세상이 조금씩 조화를 이루고 맞춰져가는 느낌이다.”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강말금은 이렇게 말했다. 대학 졸업 후 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연극 무대와 예능 ‘스펀지’의 재연 배우, 드라마와 영화의 조·단역을 오가던 그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로 국내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싹쓸이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요즘은 “강말금이 안 나오는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강말금은 2일 개봉하는 영화 ‘로비’에서 국토부 장관인 조 장관 역을 맡아 블랙코미디를 선보인다.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접대를 받는 부패한 인물이다. 스타트업 대표 광우(박병은)는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조 장관을 골프 라운딩에 초대하고, 그 틈에 골프장 대표 배민(박해수)은 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로비’를 펼친다.
그는 “보통 소설 속 인물처럼 캐릭터를 상상하고 글로 써보기도 하며 빚어내는데 조 장관은 그게 잘 안 됐다. 그때 그때 느끼는 대로 움직이는 사람같고, 여러 사람이 한 사람 안에 들어있는 것도 같았다”며 “동물적인 감각으로 자기한테 유리한 걸 아는 사람이다. 뭔가 정해두고 연기하기보다 각 상황에 충실하면 인물의 다양한 면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이켰다.
권력자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말금은 “선역을 주로 했는데, 착한 사람으로 산다는 건 이 입장 저 입장 고려하고 눈치보는 일이다. 이번엔 그걸 안해도 되더라”며 “악역은 자기가 원하는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는 걸, 이게 권력의 맛이라는 걸 알았다”며 웃었다.
‘나쁜 엄마’ ‘옷소매 붉은 끝동’ ‘경성크리처’ ‘가족X멜로’ ‘오징어 게임’ 등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해 온 강말금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처음으로 악역도 해봤다. 부산으로 야반도주한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에게 친절하게 방을 내어주고는 잠든 사이 짐보따리를 훔치는 여관 주인 역이었다. 강말금은 이번에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고 “부산 인심예, 쥑이지예”라는 대사를 회자시켰다.
그는 “임상춘 작가, 김원석 감독의 작품이라기에 ‘당연히 해야지’ 했는데 대본을 받아보니 역할도 재밌었다. 리듬감 있는 글 속에서 캐릭터의 스펙트럼이 변화무쌍했다”며 “아이유, 박보검씨와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보검씨가 내게 팬이라며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배우로서 자신감도 생겼다”고 했다.
강말금의 배우 인생은 지금 화창한 봄날이다. 그는 영화진흥위원회 선정 ‘한국 영화계의 현재, 미래를 대표하는 배우’에 이름을 올리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강말금은 “순간의 기분에 사로잡히기보다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려 한다. 난 창조적이고 순발력이 좋은 배우보다 해석을 잘 해내는 배우에 가까운 것 같다”며 “‘100점 맞아야지’하는 생각보다 체력을 잘 지키며 좋은 작품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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