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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대금 정산 지연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의 결제 서비스가 전면 중단된 가운데 31일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가 있는 공유오피스 로비에 '발란 전 인원 재택 근무'라고 적힌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사진=뉴시스

소비침체가 장기화하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본력이 약한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연이어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판매대금 정산 지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마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유통업계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시장이 출혈 경쟁을 감당할 수 있는 대형업체 위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발란'은 전날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최형록 발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올해 1분기 내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지만,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되면서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직면했다"며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발란은 이달부터 쿠폰과 각종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해 흑자 기반을 확보한 상태라며,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만 해소되면 빠르게 정상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담보권자나 금융권 채무가 거의 없는 구조로 이번 회생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자는 파트너(판매자)들이라는 점을 분명히했다. 최 대표도 "파트너는 플랫폼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주체이기 때문에 셀러들의 의견을 가장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은 미정산 사태에서 비롯됐다. 이는 앞서 티메프(티몬+위메프)도 겪었던 문제다. 티메프 역시 미정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갔으며, 현재까지도 이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홈플러스도 과도한 차입으로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가운데 판매 실적까지 부진하자 납품대금 지급에 문제가 생겼다.

유통업체들은 매출과 거래액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할인쿠폰과 이벤트 마케팅을 벌이며 출혈 경쟁을 지속해왔다. 결국 이는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며 기업들의 부실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유통산업 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 성장률은 0.4% 수준이다. 코로나19(COVID-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이후 가장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통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현재 유통업계는 한계 기업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내수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외국계 기업들이 속속 진입하면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어 출혈 경쟁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구분될 수밖에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다이소와 CJ올리브영처럼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는 기업이 아니면 생존이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우 아주대 교수도 "이커머스 시장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사업자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대부분 투자를 기반으로 성장해왔다"면서 "그러나 이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투자자와 소비자 모두 기업을 선별하는 과정에 돌입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앞으로는 대형업체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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