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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재의 신속 탄핵 각하·기각 촉구 토론회에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5.3.31/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당초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신중히 선고할 것을 촉구하던 여당이 최근 빠른 선고를 촉구하는 기류로 돌아섰다. 헌법재판관들 의견이 기각 또는 각하로 모아졌는데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선고를 늦추고 있다는 관측이 여권에서 커지면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비대위 회의에서 "이제 헌재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초시계까지 들이대며 졸속 재판 밀어붙이더니 정작 판결 차일피일 미루는 이유는 뭔가"라며 "민주당 원내대표가 실명까지 불러가며 일부 재판관을 겁박했는데 결국 민주당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으니 판결 자체를 지연시키려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형배 재판관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헌법재판관 한사람 한사람 결정을 따라 조속히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헌재는 대통령 심판과 관련해 평의를 수십차례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형배 권한대행은 선고일자를 잡고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판단을 들어서, 하루빨리 탄핵심판에 대해서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고 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3.31. /사진=뉴시스 /사진=조성봉
나경원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소속 의원 30여명도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헌재의 신속 탄핵 각하·기각 촉구 긴급토론회'를 개최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신속히 각하·기각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의 '긴급결의안'을 발표했다.
나 의원은 결의안 대표 낭독을 통해 "같은 당 김기현 의원은 "헌재가 선고를 미루는 것은 분명한 불법, 범죄 행위"라며 "심리를 마쳤으면 선고를 해야 한다. 폭행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알아서 하세요'라고 하면 직무유기이고, 형사처벌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주에 헌재가 탄핵 소추를 기각 또는 각하해 헌법을 수호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심판을 하겠다던 헌재가 아직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조차 지정하지 않은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위이자 부작위이자 국민신임을 배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내일(31일)이라도 신속히 지정하고 탄핵 기각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이같이 여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헌법재판관들이 '5대 3'으로 나뉜 데드락(교착)에 빠졌다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면서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놓고 인용 의견을 내는 재판관이 5명에 불과하고 3명의 재판관이 기각·각하 의견을 내고 있다는 시나리오다.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려면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7일 일반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심판정 내부에 있는 달력과 다중노출 촬영.(공동취재) 2025.03.27. /사진=뉴시스 /사진=
여당은 문형배 권한대행이 탄핵 인용 정족수가 확보되지 않자 선고기일을 잡지 않고 선고를 미루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8인 체제에서도 있는 그대로 결론을 내야 한다는 게 국민의힘 측 입장이다. 반면 야권에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 절차를 마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아 1명이 공석인 8인 체제에서 5대 3 기각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마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인용에 필요한 6명이 채워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늘 이상하게 국민의힘 위원들께서 그동안과 달리 빨리 선고해라라는 얘기를 한다"며 "뭔가 지금 정보가 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내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 헌재에서 신중하게 결정하라, 선고를 늦게 해주길 바라는 취지로 말했는데 오늘 갑자기 기류가 선고를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뀌었다'는 질문에 "맞다. 정확한 지적"이라고 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헌재가 5대3 데드락이 걸렸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탄핵 기각이 되더라도 개개인 판단에 따라 선고해야 한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5대3 데드락'은 추정에 의한 것이지 저희도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재판관 분들의 의견이 다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유, 정무적인 이유로 헌재가 방치시키면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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