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건물서 운동 중 지진에 건물 흔들
아내와 딸 있는 옆 건물 향해 전력질주
현지 SNS ‘국민 남편’ ‘멋지다’ 반응
권영준 씨. 보유리 씨 페이스북 및 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규모 7.7의 강진으로 약 1000㎞ 이상 떨어진 태국 수도 방콕에서 17명이 사망한 가운데 한 한국인 남성이 고층빌딩의 끊어진 연결통로를 뛰어넘어 가족에게 달려가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31일(현지시간) 태국 타이랏TV 등은“방콕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한 한국인 남성이 흔들리는 건물에서 아내와 딸이 있는 다른 건물로 이동하려고 50층에 위치한 끊어진 스카이워크 를 뛰어넘었다”고 전했다.
해당 건물은 고급 럭셔리 레지던스 파크인 ‘파크 오리진 콘도미니엄 통로’로 28일 발생한 강진으로 건물을 연결하는 스카이워크가 파괴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고층빌딩 3개 동으로 이루어진 빌딩 간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지진 여파로 이 다리가 끊어진 장면이 태국 현지 TV 영상에 잡혔다.
다리가 끊어진 채 위험천만하게 앞뒤로 기울며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한 남성이 달려와 끊어진 다리를 뛰어넘는 모습이 포착됐다.
타이랏 TV 캡처
이 남성은 한국인 권영준 씨로, 태국인 아내와 결혼해 현지에서 거주 중으로 알려졌다.
지진이 발생했을 당시 빌딩 C동 52층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권씨는 아내와 딸을 찾아 집이 있는 B동으로 돌아가기 위해 끊어진 다리를 뛰어넘었고, 그들이 이미 대피한 것을 확인한 뒤 약 40층 이상을 걸어 내려와 가족과 재회했다.
태국의 인플루언서이자 사업가인 아내 보유리가 라이브 방송 도중 지진을 감지하고 급하게 뛰어나가던 장면도 당시에 방송에 잡혔다.
이후 보유리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맨발로 흙이 잔뜩 묻은 남편의 발을 업로드하기도 했다.
보유리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으며 영상을 보고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충격을 받았다”며 “남편은 그저 가족을 돕고 싶었을 뿐이다. 무슨 일을 하든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느라, 다른 건물로 뛰어넘는 것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라고 전했다.
보유리 씨 페이스북 캡처
권 씨도 태국 타이랏TV와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아이 걱정으로 머릿속이 가득했고, 아내와 아이를 지키러 가야만 했다”라며 “(뛰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는 콘크리트가 아직 분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씨는 다리를 뛰어넘은 뒤 큰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지만, 가족만 생각하며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고 말했다.
이후 권 씨 가족은 방콕의 다른 지역으로 임시 거처를 옮겼으며, SNS를 통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알렸다.
권 씨의 사연이 알려진 뒤 태국 현지 SNS에선 권 씨를 향해 ‘국민 남편’이라던가 ‘멋지고 귀엽다’며 그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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