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CIA 국장 등 '시그널' 앱서 군사 작전 공유
상업용 메신저서 유출해 보안 의식 허술 지적 나와
스노든 등이 텔레그램보다 보안 강력한 앱으로 꼽아
韓 드루킹 게이트서도 활용해 화제…국내 이용자는 저조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미국 연방 정부 안보 핵심 책임자들이 군사 작전 정보를 민간 메신저 앱 대화방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전쟁 계획 등 민감한 내용을 주고받은 사실이 전해지자 미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정부가 보안 의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들이 이용한 시그널 앱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않고 있지만 텔레그램 대항마로 꼽히면서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라자 크리슈마무티 미 하원의원(오른쪽)과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이 26일(현지시각)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민간 대화 앱 시그널에 올린 내용들을 가리키며 발언하고 있다. 2025.3.27.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디 애틀랜틱은 지난 24일 미 연방 정부가 예멘 후티 반군을 공격한 군사 작전 정보를 공유하는데 '시그널' 앱을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진 데는 제프리 골드버그 디 애틀랜틱 편집장이 해당 대화방에 초대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디 애틀랜틱 편집장을 이름 이니셜이 같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로 오해해 초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군사 작전 정보 등이 상업용 메신저를 통해 공유되는 점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해당 대화방을 공개했다.
백악관 등 미국 정부 측은 시그널 채팅방 사건, 이른바 '시그널게이트'에 대해 사소한 일탈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5일 NBC에 시그널 채팅방 사건, 이른바 '시그널게이트'에 대해 "왈츠는 교훈을 얻었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두둔했다.
[서울=뉴시스]
[모스크바= AP/뉴시스] 2013년 10월 위키리크스를 통해 동영상으로 미국 정부의 민간인 사찰관련 자료를 폭로하고 있는 에드워드 스노든. 2019.03.26
이들이 사용한 시그널은 텔레그램보다 보안 성능이 뛰어난 앱으로 유명하다. 동명의 미국 비영리단체가 2015년 출시한 메신저 앱이다. 카카오톡(비밀 채팅), 라인(레터 실링), 텔레그램 등과 같이 종단 간 암호화 기술(메시지 전송 시 즉시 암호화되고 수신자 기기에 도착할 때 복호화되는 기술)을 사용한다.
시그널도 텔레그램처럼 자동으로 정해진 시간에 따라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대화 내용을 본사 서버가 아닌 개인 단말에만 저장한다.
또 시그널은 수사당국 협조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상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어 협조 요청이 올 경우 관련 계정 소유주의 계정 생성 날짜와 최근 로그인 날짜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또 공문과 답변을 아예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2016년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정보수집 관행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모바일 메신저로 '시그널'을 쓰고 있다고 밝히면서 시그널이 유명세를 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2021년 1월 당시 트위터(현 엑스) 계정을 통해 "시그널을 써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국내에서는 2018년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수사를 통해 시그널이 알려졌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드루킹과 소통하는 데 메신저 앱으로 시그널을 썼다는 정황이 알려지면서다. 최근에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이 텔레그램 대신 시그널 앱으로 계엄 작전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목 받았다.
[서울=뉴시스] 메신저 앱 '시그널' 대화 예시 (사진=시그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시그널게이트가 발생하면서 미국에서는 시그널 앱 다운로드 건수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앱 분석 기관 '앱피겨스'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달 24일 시그널 앱 다운로드 건수가 전일 대비 45% 늘었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는 시그널 이용자 수가 저조한 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시그널 앱 월 이용자 수(MAU)는 15만2773명으로 텔레그램(344만55명)의 약 4.4% 수준이다.
시그널 앱 설치 건수가 일시적으로 급등한 때가 있었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여파로 소폭 증가했었다. 당시 2554건으로 전일 대비 6.7배 상승했으나 텔레그램(4만576건)과 비교하면 적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마약, 성범죄물 등 판매를 위한 모객 행위는 텔레그램으로 활용되고 실제 대화는 시그널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는 게 보안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텔레그램이 대중한테 많이 알려지자 수사당국의 눈을 피한 것이다.
텔레그램이 공개한 투명성 보고서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지난해 4분기 이용약관을 위반한 한국 이용자 658명의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또는 전화번호를 한국 수사당국 요청에 따라 제공했다. 한국 사법당국 요청에 데이터를 제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텔레그램은 n번방 등 중대 범죄 사건에 대해서도 한국 검·경찰 수사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 사법 리스크와 국내 딥페이크 음란물 사건 여파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텔레그램 대신 범죄에 활용될 수 있는 메신저 앱이 여전히 남아 있어 보안 메신저 기반 범죄 행위가 유의미하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텔레그램, 시그널 모두 개인 프라이버시 보호 측면에서 필요한 앱이 될 수 있으나 항상 이를 악용하는 자도 있다는 게 문제점"이라며 "텔레그램처럼 시그널 기반 범죄도 늘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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