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연일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문재원 기자
사건번호 2024헌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에서 남은 것은 오는 4일 헌법재판소의 결정 선고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느닷없는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123일간 극단적 주장이 난무하면서 한국사회에는 이미 큰 상처가 남았다. 이제는 어떤 헌재 결정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국사회가 겪는 심각한 분열에 마침표를 찍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계속 미루면서 정치권은 물론 탄핵 인용과 기각·각하를 각각 주장하는 시민들 간 분열이 극대화됐다. 헌재 내부의 상황을 둘러싼 추측과 음모론이 난무하면서 시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졌다. 특히 지난 1월19일 일어난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처럼 윤 대통령 지지자 등 일부 극렬 세력이 헌재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행동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윤 대통령 측과 여당도 이런 분위기를 수습하지 않고 이용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승복 약속’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탄핵심판 최후진술에서 ‘야당 때문에 계엄을 했다’ ‘국민이 나서 달라는 호소였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많은 국민과 청년들께서 상황을 직시하고 나라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며 지지자들을 선동했고,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일으킨 이들에겐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하다”며 옹호했다. 국민의힘은 ‘불복’을 외치는 전광훈 목사, 전한길 강사 같은 이들과 손을 맞잡고 헌재를 공격하기 바빴다.
법조계 인사들은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승복해야 비상계엄 사태로 위기에 놓인 헌정질서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승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결정이 본인의 정치적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따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법치주의가 가능하겠느냐”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대통령 파면 여부를 결정하는 건 당연히 엄청난 정치·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일”이라면서도 “민주주의가 다수주의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게 법치의 역할이기 때문에 헌재 결정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에 ‘무조건적인 승복’을 약속하는 것보다 결정 이후 사회적 대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인의 예상과 다른 결과를 못 받아들이는 이들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반발은 공론장에서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며 “다만 정치권이나 전광훈 목사와 같은 일부가 세력을 유지하려는 수단으로 불복을 선동해 질서 파괴 행위까지 이어지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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