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그록’ 한달새 방문자 800% 쑥
딥시크 제치고 AI 서비스 2위 굳히기나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xAI 최고경영자(CEO)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인공지능(AI)”이라며 자신있게 선보인 ‘그록(Grok)’의 성장세가 무섭다. 지난 2월 추론형 새 모델 ‘그록3’를 선보인지 불과 한달만에 글로벌 일간 사용자 1600만명을 돌파하며 중국 대표 AI 딥시크와 같은 수준의 트래픽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머스크 본인이 스스로 나서 그록을 알리고 있는데다 그록 개발사인 xAI가 최근 X(옛 트위터)를 합병하면서 시너지가 기대되는만큼 그록의 시장 침투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성능을 일부 부풀렸다는 의혹과 함께 정치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것이 향후 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정보통신(IT) 업계와 테크크런치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그록 서비스 이용자는 지난 3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1650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최신 모델 그록3를 탑재하며 전면 무료화를 선언한지 불과 한달만에 800%나 넘게 트래픽이 급증했다.
그 결과 그록 이용자는 딥시크(1650만명) 수준으로 올라서며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서비스 순위에서 오픈AI ‘챗GPT’(1억2600만명)에 이은 2위권을 형성했다. 같은 기간 구글 ‘제미나이’ 이용자는 전월 대비 7.4% 증가한 일평균 1090만명, 앤트로픽 ‘클로드’는 330만명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그록은 머스크가 2023년 7월 설립한 인공지능 회사 xAI가 개발한 생성형AI다. X가 가진 광대한 데이터, 테슬라의 AI 인재 등 머스크가 소유한 회사에서 자원을 끌어다 만든 만큼 단시간에 빠르게 AI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글로벌 대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X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이용자의 질문에 대해 SNS 상의 메시지를 기반으로 여론의 흐름에 대해 알려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난 2월 출시한 추론형 모델 그록3는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 10만개를 2억 시간 동안 훈련시켜 이전 모델인 그록2보다 10배 높은 연산력을 갖췄다. 당시 xAI는 그록3가 수학 과학 등 일부 분야 벤치마크에서 오픈AI의 GPT-4o, 앤트로픽의 클로드 3.5 소넷, 딥시크의 V3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록3 출시 당시 xAI는 X 유료 구독자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머스크는 출시 3일만에 “우리의 서버가 녹아내리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AI인 그록3를 무료화한다”며 누구나 제한없이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뛰어난 능력과 함께 그록이 단기간에 인기를 모을 수 있던 비결로는 ‘필터링 없는 AI’라는 점이 꼽힌다.
평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머스크의 성향에 맞춰 ‘선 넘는 모드(Unhinged Mode)’를 탑재한 그록은 기존의 다른 생성형AI가 피했던 민감한 이슈나 인물에 대한 묘사를 서슴치 않는다. 질문에 따라 사람처럼 욕설을 내뱉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와 머스크가 함께 포옹하는 그림을 그려달라는 요청에는 바로 실제 사진과 구분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텍스트 뿐 아니라 이미지와 동영상 등도 만들어내는 ‘멀티모달’ 모델의 출격도 앞두고 있다. 지난달 xAI는 미국 동영상 생성형 AI 스타트업 ‘핫샷’을 인수했다. 2017년 설립된 핫샷은 ‘핫샷-XL’ 등 최근 2년간 3개의 동영상 AI생성 모델을 만든 회사다. 이와 관련 머스크는 지난 1월 xAI가 비디오 생성 모델인 ‘그록 비디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X를 xAI에 매각한 것도 결과적으로 xAI의 성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딜의 목적은 머스크가 X에 대한 부채 부담을 xAI에 넘기는 실리적인 이유도 있지만, 특히 업계에서는 X가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xAI가 사실상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xAI가 그동안 그록의 학습에 X 데이터를 사용했는데, 이번 인수로 이 과정에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데이터의 독점 사용권까지 갖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AI와 SNS 기업을 결합해 AI 기반의 ‘슈퍼앱’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빠른 성장과정에서 잇따른 잡음이 발생하는 것도 주목된다. 최근 그록은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을 검열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당시 xAI는 “내부 직원의 실수로 인한 일시적인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그록이 정치 편향적이라는 사실이 증명됐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다른 AI라면 거부할 ‘치명적인 생물학 무기를 만드는 법’도 그록이 알려준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가장 똑똑한 것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AI’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여기에 챗GPT를 뛰어넘었다고 알려진 그록3의 일부 벤치마크가 조작했다는 내부 증언도 나오는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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