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주요 PC·콘솔 현황/그래픽=이지혜
지난해 스팀에서 가장 많이 설정된 언어가 중국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인프라로 그동안 모바일 게임 중심이었던 중국 게임 시장이 최근 국가 차원의 게임 산업 부흥책과 게임 개발력 강화로 PC·콘솔 시장으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PC·콘솔 게임을 개발 중인 국내 게임사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3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 설정 1위 언어는 중국어로 전체의 33.7%를 차지했다. 또 스팀의 중국어 이용자 비율은 지난 2월 50.1%까지 올라가 사상 최초로 절반을 넘었다. 스팀은 크로스 플랫폼을 지원해 PC·콘솔 모두 접근이 가능하기에 게임 업계에서는 스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지난해 8월 출시한 PC·콘솔 게임 '검은 신화: 오공' 효과라고 분석한다. 그동안 중국은 인프라 부족으로 고사양 PC 보급률이 높지 않아 모바일 게임이 주를 이뤘다. 개발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져 외국 게임을 모방해 만든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검은 신화: 오공' 이후 평가가 뒤바뀌었다. 출시 사흘 만에 1000만장이 넘게 팔린 이 게임은 지난해 스팀 올해의 게임에 등극했고 세계 최고 게임 시상식인 '더 게임 어워드' GOTY(올해의 게임) 후보에 올라 중국의 향상된 개발력을 증명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게임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자국 게임을 해외에 진출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자금 지원 △세금 감면 △산업 인프라 구축 △인재 유치 △기술 지원 강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중국 게임 산업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콘솔 게임 시장은 44억8800만위안(약 9074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여전히 모바일 게임 시장이 가장 크지만 성장률이 5%에 그쳤다.
자국 게임의 흥행과 국가적인 지원의 효과로 중국 내에서도 PC·콘솔 게임을 개발하는 추세다. 중국 에스게임은 오픈월드 액션 어드벤처 '팬텀 블레이드 제로'를 PC와 플레이스테이션5 플랫폼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또 린지게임즈는 3인칭 액션 RPG(롤플레잉게임) '명말: 공허의 깃털'을 올해 안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게임은 플레이스테이션5,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출시된다.
이처럼 중국 내 PC·콘솔 게임의 인기가 올라가자 국내 게임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 개발에만 열중했던 국내 게임 업계도 최근 성공한 PC·콘솔 게임이 나오면서 개발 및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시장은 여러 제재로 진출이 어렵지만 미국 시장과 함께 여전히 국내 게임사들에는 꿈의 무대이고 최근 게임 부흥책과 함께 한한령도 해제되는 분위기인 만큼 향후 공략 시도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돋보이는 곳은 단연 시프트업이다. 이 회사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올해 6월 PC로 출시할 예정이다. 콘솔로 먼저 출시했던 이 게임은 지난해 출시 직전 빌리빌리 등 중국 내 영상 플랫폼에서 데모 영상이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대륙의 관심을 받았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출시 이후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콘솔 시장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각종 상을 받은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프트업은 지난 4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겨냥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출시된 국내 게임들의 성적도 눈에 띈다. 크래프톤의 'inZOI(인조이)'는 지난달 28일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 출시 직후 스팀 중국 매출 1위를 달성했다. 이 회사는 현재 '서브노티카2'를 PC와 엑스박스 플랫폼으로, 펍지 IP(지식재산권) 'VALOR'를 콘솔 플랫폼으로 개발하고 있다. 텐센트와 '퍼스트 버서커: 카잔(카잔)'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한 넥슨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카잔은 중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던전앤파이터' IP를 바탕으로 한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스팀에서는 출시 직후 매출 순위 4위에 올랐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장은 변수가 많지만 시장 규모가 워낙 커서 진출하기만 한다면 국내보다 훨씬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국내 상황과 비슷하게 최근 PC·콘솔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국내 게임사도 게임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현지 퍼블리셔와 출시 전략만 잘 세운다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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