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사상 첫 민간 극지 우주탐사대원들의 일상
첫날 우주 멀미…다음날 아침 씻은듯 나아
고도 460km 상공에서 내려다 본 남극대륙. 프램2(https://x.com/framonauts)
“보이는 건 오직 순백색뿐.”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극지 궤도를 날고 있는 민간인 우주탐사대원들이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과 우주 생활의 일상을 일기 쓰듯 보내오고 있다
민간인 4명으로 이뤄진 탐사대 ‘프램2’를 이끌고 있는 중국 출신의 암호화폐 사업가 왕춘은 우주 체류 첫날에 이어 둘쨋날에도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스페이스엑 우주선에서 촬영한 지구와 우주의 모습을 담은 사진 여러장을 올렸다.
31일 밤(한국시각 1일 오전) 스페이스엑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출발한 이번 우주 여행은 사상 최초의 극궤도 유인 비행이다. 이들은 고도 420~460km의 극궤도를 시속 2만7000km의 속도로 돌고 있다. 극지에서 또 다른 극지로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분40초다. 하루에 남극과 북극을 각각 15번씩 돌아보고 있다.
극궤도 여행 출발에 앞서 우주선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프램2 대원들. 왼쪽부터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릭 필립스, 독일의 라베아 로게, 노르웨이의 야니케 미켈센, 사령관을 맡은 중국 출신의 왕춘이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왕은 우주 이틀째인 2일 남극 상공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전에 예상했던 것과 달리 460km 위에서 본 지구는 순백색”이라며 “인간 활동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궤도로 가는 여정은 예상보다 훨씬 순조로웠다”며 “G-포스(중력 가속도)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냥 또 다른 비행을 하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그는 “갑자기 떨어지는 엘리베이터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것이라고 상상했는데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 이유를 “좌석 벨트에 단단히 묶여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무중력 상태를 표시하기 위해 가져간 곰인형을 띄워 놓지 않았다면 무중력 상태라는 것조차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프램2의 한 대원이 자신들을 태운 우주선 발사 동영상을 보고 있다. 프램2 제공
물 조금만 마셔도 구토…무중력 적응에 시간 걸려
그는 그러나 우주에 진입한 뒤 처음엔 낯선 무중력 환경에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탑승자 모두가 처음 몇시간 동안은 우주 멀미로 힘들어했다는 것이다. 결국 자기 자신도 두번을 토했는데, 차나 바다에서 경험했던 멀미와는 달랐다고 말했다. 더 악화되지는 않아 아이패드를 켜고 책을 읽을 수는 있었지만, 물을 조금만 마셔도 구토가 나왔다. 왕이 그러고 있는 동안 한 동료 탐사대원은 무선 햄 라디오로 지상의 베를린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왕에 따르면 탐사대원들은 모두 우주 첫날엔 오로지 멀미를 견뎌내는 데만 정신을 쏟았다. 조망창인 큐폴라를 여는 것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탐사대원들은 밤이 돼서는 자신들의 발사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며 보낸 뒤 예정보다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왕은 “모두가 정말 단잠을 잤다”며 “다음날 아침이 되자 멀미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모두가 상쾌한 기분이 됐다”고 말했다.
우주 이틀째 아침에 찍은 엑스레이 사진. 22가지 과학 임무 가운데 하나다. 프램2 제공
느타리버섯 재배 등 22가지 과학임무 수행
본격적인 활동은 우주 생활 이틀째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시작됐다. 먼저 예정했던 몇장의 엑스레이 사진을 찍은 뒤 탐사대원들은 큐폴라 창을 열고 머리 위의 우주와 발 아래 지구를 조망하기 시작했다.
탐사대원들은 기획자이자 사령관 역할을 맡은 왕을 포함해 모두가 첫 우주비행이다. 비트코인 채굴로 억만장자가 된 왕이 비용을 전액 부담했다.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와 동행한 3명은 노르웨이 영화촬영감독 야니케 미켈센, 오스트레일리아 극지 탐험가 에릭 필립스, 독일 로봇 공학자 라베아 로게다.
이들은 우주에 있는 동안 느타리버섯 재배를 포함해 22개의 과학 연구와 실험을 수행한다. 특히 녹색과 보라색으로 빛나는 스티브(STEVE)라는 특이한 대기 광학 현상을 살펴볼 계획이다. 2016년 캐나다 앨버타주의 오로라 관찰자들이 발견한 이 현상은 고도 400∼500km 상공에서 만들어지는 뜨거운 플라스마 띠를 말한다.
오로라는 태양으로부터 날아온 하전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이끌려 남·북극 상공으로 내려오며 대기 중의 산소와 분자와 충돌해 빛을 내는 현상이고, 스티브는 태양 에너지가 상층 대기의 가스를 가열해 내는 빛이다.
프램2의 비행 궤도. 46분40초에 한 번씩 남극과 북극을 오간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이번이 1000번째 비행…달 포함 모든 나라 방문이 목표
에이피(AP) 통신에 따르면 왕은 2002년 첫 비행 이후로 비행기, 헬리콥터, 열기구를 타고 모든 나라를 방문한다는 계획 아래 비행 횟수를 세어 왔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지금까지 지구와 달을 포함한 전체 249개국의 54%인 135개국을 방문했으며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2023년 스페이스엑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에게 이번 극궤도 여행을 제안한 그는 이번 비행이 자신의 1000번째 비행이 되도록 준비했다. 중국 톈진에서 태어난 그는 그동안 타이, 한국에서도 일시 거주한 바 있으며, 지난 2023년 몰타 국적을 취득했다.
왕은 궤도에 도달한 뒤 엑스를 통해 “오늘 카르만라인(우주 경계선) 위를 비행한 681번째 인간이 되었고, 지구 궤도를 도는 626번째 인간이 됐다”고 말했다.
프램2 탐사대원들이 타고 있는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 레질리언스는 2020년 스페이스엑스의 첫 유인 비행에 사용했던 유인 우주선으로 이번이 네번째 유인 비행이다. 프램2는 스페이스엑스로선 일곱번째 민간 유인 우주비행이다.
극지 궤도의 우주선에서 낮에 본 지구와 우주. 프램2
극지 궤도의 우주선에서 밤에 본 지구와 우주. 프램2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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