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법관 등 법조 원로들의 한마디
"헌재는 국민 납득 가능한 논증해달라"
"국민께선 어떤 결과든 받아들여야"
"의사행위 통해 나은 국가 만들어나가야"

[이데일리 성주원 백주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전직 대법관 등 법조계 원로들은 결과와 관계없이 ‘승복’과 ‘설득력 있는 논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4일) 오전 11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 여론은 탄핵 찬성과 반대로 팽팽하게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3일 조용호(사법연수원 10기) 전 헌법재판관, 최재형(13기) 전 감사원장 및 전직 대법관 2명 등은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헌재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헌재도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논증을 제시해야 한다”고 공통된 목소리로 강조했다.

조용호 전 헌법재판관

조용호 전 헌법재판관은 승복의 당위성을 더욱 강조했다. 그는 “탄핵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을 헌재에 준 것이고 헌재에서 결정이 나면 그것에 대해 헌법적으로 승복하라는 것이 헌법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우리 사회는 정치권에서 그것을 다 수렴해야 하는데 정치권에서 수렴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니 안타깝다”며 정치권의 역할을 지적했다. 조 전 재판관은 2013년부터 6년간 헌법재판관을 지내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한 바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을 지낸 법관 출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헌재 결정 수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 전 원장은 “어떤 결론이든 분명히 절반은 동의하고 절반은 동의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우리 헌법 체제를 인정하는 입장이라면 불만족스럽더라도 일단 결과를 받아들이고 앞으로 우리 정치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것은 선거를 통해서라든지 정치적인 의사 행위를 통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헌법 시스템은 폭력적인 방법이 아닌 법적인 방법, 헌재의 결정에 의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며 헌법적 절차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

익명을 요구한 전직 A대법관도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그것을 다 승복하고 따라야 한다”며 “헌재가 최고 헌법기관으로서 결정한 것이니 따라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얘기는 그것 말고는 없다”며 “여·야 할 것 없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모두 다 공개적으로 그런 표명을 해야 한다”고 정치권의 책임 있는 태도를 촉구했다.

전직 B대법관은 승복 당부를 넘어 논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무조건 믿어라’라는 말보다는 헌재가 논증을 잘해줬으면 좋겠다”며 “이는 역사적인 일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참고할 만한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탄핵은 하원과 상원에서 끝난다. 탄핵심판이 사법부 재판을 거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면서 “헌재 결정문은 세계적으로 인용되고 참고될 사항이기 때문에 절대 우스워서는 안된다”고 힘줬다. 선고 이후 사회 통합을 이루고 지속 가능한 국가 안정을 위해서는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헌재의 설득력 있는 논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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