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초안 의견 수렴 중…저작권 관련 조항 논의는 빠져
美·EU는 학습 데이터 저작권 보호 법제화…"국내 후속입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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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전 세계 두 번째로 인공지능(AI) 활용과 지원 방향을 규정한 'AI 기본법'의 구체적인 윤곽이 이르면 이달 중 잡힐 전망이다.
하지만 꾸준히 제기되는 AI 학습 데이터 저작권 논란을 해소할 조항이나 후속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행 저작권법으로는 학습 데이터 저작권을 명확히 보호할 수 없어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4월 중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 관계자들의 구체적인 의견을 수렴하고 시행령 초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초안 발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법 시행은 내년 1월이다.
과기정통부는 1월 15일 AI 기본법 하위법령 정비단 출범 이후 수시로 관련 업계 의견을 들어왔다. 이번주 중으로 정비단 위원들에게 의견서를 제출하라고도 했다.
정비단에는 과기정통부와 산업계·학계·법조계 전문가 등이 참여해 시행령 초안과 구체적인 하위법령을 논의한다. 법 제정의 효과를 민간에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공진호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과장은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시행령에 추가해야 할 부분을 논의하며 초안을 만들어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부터 제기돼 온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는 이번에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법률에 명시된 '고영향 AI'나 산업 진흥·규제 내용 위주로 논의를 진행하고, 시행령 초안에 반영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AI 기본법에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보호를 명시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가 학습용 데이터를 관리하는 통합제공시스템을 구축하고, 과기정통부 장관이 시스템 이용자에게 비용을 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전부다.
후속 입법도 정체 상태다. 올해 1월 AI 기본법 공포 이후 제안된 후속 개정안은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저작권과 관련한 조항은 담기지 않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엑스(X)에 게시한 챗GPT 생성 이미지. 아기를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지브리풍'으로 변환한 이미지(왼쪽)와 야구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애니메이션풍'으로 변환한 이미지. (샘 올트먼 엑스 갈무리)
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논란은 AI 기술 고도화와 함께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오픈AI의 생성형 AI 모델 'GPT-4o'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스튜디오 지브리 화풍으로 이미지를 바꿔주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한국방송협회와 한국신문협회도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코리아 등 국내외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사 AI 학습에 기사를 무단 활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세계 최초 AI 법인 유럽연합(EU)의 'AI Act'는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시장에 출시되는 범용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저작물 상세내용을 대중에 공개하고 저작권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4월 '학습 데이터 공개에 관한 법안'이 발의됐다. 생성형 AI 시스템 구축에 사용된 저작물을 저작권청장에게 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나종갑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의 저작물 학습 정도나 재생산된 결과물에 개입된 인간의 의도를 판단하기 모호하다"며 "저작권 기준을 일률적인 법 조항으로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저작권자가 존재하고 상업적인 데이터는 학습에 따른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이는 현행 저작권법으로 보호하기 어려워 AI 기본법의 후속 입법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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