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단일대오 배경 '보수 멸문지화' 두려움
全국민 목격한 '국회 겨냥' 계엄이 탄핵사유인데…
2차례 표결 끝 정족수 간신히 채운 윤석열 탄핵소추
국힘 이탈표, 박근혜 때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쳐
쌍권 지도부, '反계엄' 유지하며 광장과 거리 뒀지만…
막판 尹구속취소와 李무죄로 '계엄 정당성' 강변에 무게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4일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하면서, 윤 대통령은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게 됐다. 국민의힘은 다시금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하는 처지가 됐다.
헌재의 '만장일치' 인용은 닮은꼴이지만, 탄핵소추안 가결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전개 양상은 사뭇 달랐다. 이는 광장에서 극단적 형태로 표출된 반탄(탄핵 반대) 민심과 '완전한 선 긋기'를 하지는 못한 당 지도부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진영이 배출한 두 현직 대통령의 탄핵은 출발점부터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지난 2016년 10월 언론을 통해 드러난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 사건'이 직접적 발단이 됐다. 비선실세인 최씨가 막후에서 대통령의 연설문은 물론, 주요 국가정책들과 고위 공직자들의 인사에 관여해 왔다는 사실이 준 충격은 작지 않았다.
다만,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 치러진 20대 총선 대패가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배경요소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당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122석을 얻으면서 더불어민주당(123석)에 1당 자리를 내줬다. '친박(親박근혜)' 의원들의 비박(非박근혜) 공천 배제 등이 결정적 원인이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2016년 12월 9일 재석의원 299명 중 찬성 234표·반대 56표 등으로 가결됐는데, 새누리당에서만 60명이 넘는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의 대대적 반발로 두 차례 시도 끝에 어렵사리 의결된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탄핵사유가 된 '12·3 비상계엄 사태'는 여야 의원들과 국민들이 현장에서, 또 유튜브 등을 통해 계엄군이 국회 경내에 진입하는 광경 등을 실시간으로 목격했다는 점도 박 전 대통령 때와는 큰 차이가 있다.
국회는 야당을 '반(反)국가세력'으로 규정한 윤 대통령이 최우선으로 겨냥한 과녁이었다. 지난해 12월 3일 밤 선포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의 첫 번째 조항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였다.
당일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탄핵안 가결은 그보다 장벽이 높았다.
'보수의 멸문지화'를 저어한 여당이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첫 표결에 아예 불참한 국민의힘은 찬탄(탄핵 찬성) 민심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1주 만인 지난해 12월 14일 2차 표결에서 찬성 204표·반대85표 등으로 가결됐다. 정족수를 간신히 넘긴 것이다.
민주당(192명)의 전원 찬성을 가정하면, 국민의힘은 소장파인 친한(親한동훈)계를 중심으로 12명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에 동조한 의원 수가 박 전 대통령 때 대비 '5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비박계(김무성·유승민 등)의 탈당 등 '분당 사태'가 트라우마로 각인된 당 내 결집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후 탄핵정국을 이끌어온 '쌍권' 지도부는 단일대오 노선을 견지하며 당의 분열을 막아 왔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의 일관된 입장은 '계엄은 잘못됐으나, 탄핵에는 반대한다'였다. 지도부를 향해 끊임없이 '광장으로 나가자'고 종용해 온 당 내 '친윤' 강경파를 달래는 한편, '내란옹호 정당'이란 오명을 피하기 위한 줄타기를 해왔다.
권 비대위원장 등은 그간 헌재 앞 24시간 릴레이시위 등을 이어오며 '탄핵 기각·각하'를 주장해온 강성 의원들에 찬동하지는 않으면서도 '개별 행동을 막을 수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중도층 과반이 줄곧 탄핵을 지지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 안팎에선 '최소한의 균형점'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달 초 윤 대통령 구속취소로 반탄 여론이 거세지자 지도부의 중심 추도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는 쪽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최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도 여권의 위기감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의힘이 선고 직전까지 '기각을 확신한다'고 했던 것도, 이 대표 등 민주당을 '내전세력'으로 몰면서 승복 선언을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도부는 윤 대통령의 침묵에 대해서는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이같은 태도가 결과적으로 당이 극단적 반탄 민심에 쏠려 극우화될 여지를 열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60일 내 조기 대선이 공식화된 만큼, 향후 선거 구도에서 국민의힘이 중도층에 어떻게 소구하기 위해 움직일 지 관심사다. 대통령의 탄핵 책임소재를 놓고 당이 또다시 갈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헌재 선고 직후 "안타깝지만 국민의힘은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승복 입장을 밝혔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