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 방청객 20명, 여야 의원 지켜보는 가운데 22분간 선고
"헌법·법률 위반 중대" 이변 없는 판단…尹 대리인단은 '침통'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이 진행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탄핵 사건이므로 선고 시각을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시각은 오전 11시 22분입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건의 주문을 낭독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숨죽여 헌재 결정을 기다리던 방청석, 특히 청구인 측 방청석 쪽에서 박수 소리와 함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날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렸다. '12·3 비상계엄' 사태 후 122일 만에 이어져 온 헌재 변론과 심리, 수사기관의 수사, 형사재판 중 한 단락이 드디어 마무리된 것이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과 절차 △계엄사령부 포고령 1호 △군·경찰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군을 동원한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 지시 행위 등에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과 법률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방청객 입정은 양측 대리인단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10분쯤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역대 최다 온라인 방청 신청자 9만 6370명 중 단 20명, 무려 4818.5대 1 경쟁률을 뚫고 역사의 한순간을 눈과 귀로 직접 담게 된 '행운의 주인공'들이다.
방청객들은 대심판정 입구 앞에 마련된 검색대에서 외투까지 벗은 채 보안 검색을 받은 뒤 속속 착석했다. 대체로 정숙을 지키는 분위기 속, 누구나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공간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휴대폰을 들어 대심판정을 촬영하는 방청객도 있었다.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에 앞서 방청객과 취재진이 재판정을 촬영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약 10여분 후인 오전 10시 24분쯤부터 국회 소추위원단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국회 측 대리인단의 김이수·송두환·이광범·장순욱·김진한 변호사가 잇따라 대심판정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방청석에는 더불어민주당 박범계·이성균 의원 등이 자리했다.
오전 10시 35분쯤부터는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배진한·차기환·서성건·도태우·윤갑근·도병수·최거훈·이동찬·배보윤·김계리·석동현 변호사 등이 차례로 입정해 자리를 채웠다.
선고 시각을 약 2분여 앞둔 오전 10시 58분쯤부터는 대심판정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했다. 입정 직후에는 미소 띤 얼굴로 인사를 나누던 양측 대리인단 모두 점차 말수가 줄고 긴장으로 표정이 굳어 가는 모습이었다.
이윽고 오전 10시 59분쯤 8명의 헌법재판관들이 법대에 모습을 드러냈고, 문 권한대행의 "지금부터 2024 헌 나8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며 개정을 알렸다.
문 권한대행의 입에서는 22분간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적법 요건과 실체적 요건에 대한 헌재 판단이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문 권한대행의 목소리는 종전 변론기일보다도 높고, 뭉개지는 법 없이 또박또박했다.
요점은 간결했다.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과 파급 효과가 중대해, 피청구인을 파면해서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낙심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이 모두 재판부를 굳게 응시하거나, 방청석의 민주당 의원들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는 비교됐다.
특히 오전 11시 4분부터 본격적으로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판단이 시작되자,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차기환 변호사가 책상 쪽으로 깊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윤 대통령의 친구' 석동현 변호사가 머리를 감싸 쥐는 가운데, 윤갑근 변호사는 입이 마르는 듯 계속해서 입을 축였다.
결정 요지를 읽어 내려가는 중간중간 살짝 고개를 들어 방청석 쪽을 둘러보던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은 취임한 때로부터 약 2년 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피청구인이 국정을 주도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기회가 있었다"고 말하며 윤 대통령 측을 바라봤다. 다만 이때 재판부와 시선을 맞추는 사람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 윤갑근 변호사 등이 심판정으로 들어서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선고 시각인 오전 11시 22분, 양측 대리인단 및 방청석의 분위기는 극과 극으로 갈렸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침통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어 나가는 가운데, 윤 대통령 측 방청석에 앉아 있던 국민의힘 의원들이 "역사의 죄인이 된 거야"라고 소리치자, 민주당 의원들이 "누가 역사의 죄인인가"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비교적 늦게까지 남아 웃으며 "고생했다"고 악수와 인사를 나누었다. 대심판정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뒤 이들까지 전원 퇴정한 것은 오전 11시 27분쯤이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선고 직후 대심판정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너무나 정당하고 당연하다. 사필귀정이다"라며 "헌법의 적을 헌법으로 물리쳐준 헌재의 현명한 역사적 판결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결과까지도 법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결정, 완전히 정치적인 결정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아직 윤 대통령 파면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국회 탄핵소추 대리인단 공동대표인 김이수 변호사 등이 심판정으로 들어서기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5.4.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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