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등 300여 명 동성로서 생중계 시청
주문 낭독하자 일제히 일어나 기쁨의 환호
"마음에 안 들면 탄핵 선례 남겨" 불만도
4일 오전 대구 중구 CGV한일극장 앞에 모인 대구시민들이 재판관 전원일치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하자 기뻐하고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4일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에서도 환호가 터졌지만 일부는 불만을 표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대구 중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은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선고가 시작된 오전 11시 시민들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고, 인근을 지나던 이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전광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시민들은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선고 요지를 낭독할 때마다 피켓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4일 대구 중구 CGV한일극장 앞에 모인 시민들이 밝은 표정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문 권한대행이 22분간 선고 요지를 낭독한 뒤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을 읽자 극장 앞은 축제 분위기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고, 그중 한 명은 '우리는 보수의 텃밭이 아니다'를 적은 대형 피켓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축하했다. 유상진(40)씨는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다시 대통령직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은 계엄으로 인한 안정이 아니라 대화와 협치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모씨도 "윤석열 파면은 끝이 아닌 대구 변혁의 시작"이라고 거들었다.
대구시민들이 4일 오전 대구 중구 CGV한일극장 앞에서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자 기뻐하고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대구시국회의는 헌재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를 이끌고 지탱한 건 전국 곳곳의 거리를 가득 채운 평범한 시민들"이라며 "시민들의 단호한 의지와 열망으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다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헌재 결정을 환영하며 시민의 광장에서 터져 나온 많은 결정들이 더욱더 빛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치권도 일제히 환영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전원일치 파면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에 경의를 표하며, 이는 헌법 파괴 행위에 저항해 온 국민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정의당·진보당·개혁신당·조국혁신당 대구시당 등도 앞다퉈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대구시민들이 4일 오전 대구 중구 CGV한일극장 앞에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대구=김재현 기자
한쪽에는 탄핵 선고가 반갑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동성로를 지나던 서모(59)씨는 "계엄이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사건건 딴지를 놓은 야당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다"며 "한국의 모든 여건이 좋지 않은데 몇 달 동안 또 대통령 공백 사태가 이어진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현모(70)씨도 "야당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탄핵해서 내쫓을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며 "헌재는 법리 판단보다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국민의힘 등 보수여당의 쇄신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현성(32)씨는 "국민의힘은 진정으로 대한민국과 대구·경북 지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옳지 않은 결정을 무턱대고 옹호하는 세력과도 하루빨리 선을 긋고 새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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