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윤석열 파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관련 정치 원로들의 제언/그래픽=윤선정
정치 원로들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두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된 혼란의 시기를 맞아 국민 통합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탄핵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던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봉합하기 위해 정치인들부터 극단적인 언사를 자제하고 통합의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주문이다. 개헌을 통해 현 정치 체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전날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그동안 갈라진 국민들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며 "(앞으로) 여야가 정쟁을 하지 말고 정치를 해야 한다. 국민들을 자꾸 이렇게 분열시키지 말고 정치가 나서서 통합을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의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의장을 지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고 국론 분열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며 "그것이 정치인의 도리이고 정당의 존재 이유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에 각 정당이 승복한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이제 서로 통합의 길로 가는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국가를 위해서 최선의 길을 선택해서 가야 한다"고 했다. 또 김 전 의장은 "종교 지도자들조차 이런 일로 패를 나눠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종교 자체를 위해서도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
여야 정치인들이 극단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협치와 상생을 위한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이부영 전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쪽에서는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국민의힘이 해체해야 한다' 이런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다.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는 "국제정치가 엄중하고 경제가 어렵다"며 "정치권에서 여기에 호응을 해야지 함부로 투쟁 노선으로 가고 그러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소요가 있을 수 있는데 정치권이 그것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며 "더 이상의 혼란은 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개헌을 통해 87체제의 모순을 해결하고 제왕적 대통령제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조됐다. 장기간의 정치 공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경제와 안보 문제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유준상 대한민국헌정회 부회장은 "1987년 이후 38년 동안 헌법 개정을 안 했는데 대통령의 권한이 무소불위하지 않도록 만들고 의회는 또 의회대로 독재를 하지 못하도록 균형을 맞춰서 더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선거구도 중대선거구로 해서 국민 갈등 없이 통합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준상 부회장은 "필요하면 양원제도 고려하고 미래를 보고 더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5년짜리 대통령제가 계속되면 탄핵이 반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황우여 전 대표도 "(현 상황이) 87체제의 문제이기도 하니까 그런 걸 바로잡아야 한다"며 "두 달 만에 뽑는 새 대통령이 불완전할 수 있어서 양당이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의장도 "개헌은 빠를수록 좋다"며 "탄핵 사태 때문에 경제적 손실이 엄청난데 이제 그런 것들을 빨리 정상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선고기일을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심판 청구를 인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111일 만이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심판 선고는 이번이 세 번째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이 걸렸다.
탄핵안의 인용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이뤄진다. 이번 심판은 헌법재판관 정원 9명 가운데 1명이 빈 8인 체제로 이뤄졌다. 헌재는 올해 2월25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의 변론을 종결하고 39일간 검토를 거쳐 이번 결론을 냈다. 노 전대통령, 박 전대통령 사건은 변론 종결 후 보름 안에 선고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일 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2025년도 예산삭감, 감사원장 탄핵 등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행위"라고 주장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와 정당 등의 정치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포고령이 발표됐고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계엄군과 경찰이 투입됐다. 비상계엄은 국회의 계엄해제결의안 의결로 이튿날 새벽 4시30분 해제됐다.
민주당 등 야당은 곧바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내란죄로 규정하고 탄핵소추 절차에 착수했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배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침입해 국회 활동을 억압하고 헌법기관인 중앙선관위를 침입하는 등 국헌을 문란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탄핵안은 지난해 12월7일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으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투표에 불참하면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이에 야당은 2차 탄핵안을 발의했고 탄핵안은 일주일 뒤인 12월14일 찬성 204표로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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