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목소리·표정까지 재현
세지포, AI기반 추모문화 조명
살아있는 듯한 아바타와 대화
‘리메모리’ 등 추모서비스 확산
비대면 장례·디지털 분향소 등
새로운 장례 문화로 자리잡아
윤리·딥페이크 악용 우려까지
“규제·사회적 논의가 필요해”
AI를 활용한 추모 문화를 표현한 챗GPT 생성 이미지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가운데, 죽음을 대하는 방식 역시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추모 서비스는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확산하며 새로운 문화적 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단순한 사진이나 영상을 넘어 생전의 모습을 재현하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진 한 장이나 영상 클립이 고인을 떠올리는 주요한 매개체였다면, 이제는 AI 기술을 통해 보다 생생한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AI 기반의 ‘추모 아바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고인의 목소리, 표정, 말투까지 구현된 가상의 아바타가 유족과 소통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 ‘HereAfter AI‘가 유족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AI를 통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에서도 비슷한 기술을 활용해 가족의 기억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국내에서도 프리드라이프가 AI 추모서비스 ‘리메모리’를 출시하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추모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AI 기반 추모 서비스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 사랑하는 사람을 기리는 방식, 그리고 추모라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자리 잡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선 AI라는 신기술을 품은 최신 장례문화에 대해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만기 프리드라이프 대표(가운데)와 장세영 딥브레인AI 창업자 겸 대표(오른쪽)가 제25회 세계지식포럼 ‘AI 디지털 추모 세상이 열린다’ 세션에 참여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은 사회를 맡은 이정선 을지대 장례산업전공 교수. [매경DB]
“핵가족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제사나 성묘와 같은 제례 문화는 점차 간소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세대를 건너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등 기억의 영속성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김만기 프리드라이프 대표는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 마련된 ‘AI 디지털 추모 세상이 열린다’ 세션에서서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의 발전으로 추모의 방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동양 문화권을 중심으로 수천년간 이어져 온 가족 단위의 전통적인 조상 추모의 분위기가 이제는 사회적인 사건이나 자신이 평소 지지하던 인물을 기리는 사회적·문화적 추모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학적 변화 또한 장례 서비스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추모 문화가 젊은 층이 중심이 돼 하나의 트렌드로 점차 자리 잡아 가는 추세다.
이와 관련해 국내 1위 상조 서비스 기업 프리드라이프는 2년 전 업계 최초로 국내 생성형 AI 전문 기업 딥브레인AI와 함께 AI 추모서비스 ‘리메모리’를 선보인 바 있다. 그동안 이 서비스는 딥러닝 기술로 고인이 된 인물을 가상의 아바타로 재현, 실시간 대화까지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추모 문화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업계 평가를 받기도 했다.
김 대표는 “내년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고, 1~2인 중심의 핵가족화 역시 빠르게 진전되는 추세”라며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장례를 책임지는 가족의 수도 점차 낮아지고 있어 그만큼 전문적인 장례 서비스의 필요성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국내 상조 서비스 기업 프리드라이프는 지난 2022년 인공지능 전문기업 딥브레인AI와 제휴를 통해 인공지능(AI) 휴먼 기술을 활용한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를 업계 최초로 선보였다. <프리드라이프>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상조 서비스 가입자는 404만명에서 892만명으로 증가했다. 그 사이 선수금 규모는 3조5200억원에서 9조4500억원으로 확대됐다.
김 대표는 “상조 서비스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커지면서 최근에는 MZ세대 가입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재 프리드라이프 전체 고객의 20% 정도를 차질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장례 절차상 비대면을 강조하는 현장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프리드라이프만 하더라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조화를 발송하고 조의금을 이체하거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부고를 알리는 등의 다양한 디지털 장례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며 “이러한 비대면 서비스는 이용 과정의 물리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서비스 이용자의 편의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추모 역시 하나의 장례 문화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존경하던 인물을 추모하거나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합동 분향소 운영과 같은 공적인 애도의 자리가 일반화되면서 기존 3일간의 장례 의식 진행에만 한정되던 장례 서비스의 범위 역시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비대면 추모로 확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드라이프가 딥브레인AI와 출시한 ‘리메모리2’는 기술적으로 보다 진보했다. 기존 서비스가 전용 스튜디오에서 생전 인터뷰와 촬영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 리메모리2는 사진 한 장과 10초 분량의 음성만으로도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 표정 등을 닮은 AI 아바타를 제작할 수 있는 등 뛰어난 편의성을 자랑한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장세영 딥브레인AI 창업자 겸 대표는 “디지털 추모의 형태는 음성 챗봇을 통한 (가상의 아바타로 구현된 고인과의) 대화에서 메타버스와 같은 3차원 공간에서 더욱 현실감 있는 체감형 추모로 발전했다”면서 “일례로 리메모리2 서비스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단편 영상만 있어도 살아있는 듯한 고인의 생생한 모습을 재현해 내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특히 홀로그램 디바이스 등의 하드웨어적인 발전까지 더해질 경우 AI 추모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장 대표는 “지금은 비용의 문제이지 기술적으로는 어느정도 준비가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보다 더 일상생활 전반에서 은행원을 대신하고 상담사를 전담하는 다양한 형태의 AI 아바타를 만나 보기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I를 통한 허위 합성물, 즉 ‘딥페이크’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거론된다.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인물의 모습을 가상의 아바타로 구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이제 수십초면 완성이 될 정도다. 그만큼 의도치 않은 경로로 악용되는 소지도 나타나고 있다.
이 지점에 대해 김 대표는 “AI로 누군가의 이미지나 목소리를 재현해내는 것이 추억이 되고 소장의 가치가 될 수 있지만, 일각에선 이를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부적절한 수단으로 쓰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특히 죽음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이 사용될 때는 반드시 관련된 문화와 종교적 신념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의 AI는 누구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몇 번의 클릭만으로 다양한 사진이나 영상물을 합성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윤리적 관점에서 정비된 제도가 뒷받침되는 것이 결국 이 시장을 키우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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