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나흘간 남-북극 상공 55번 돌아
우주선 처음으로 태평양에 착수
민간인 극궤도 탐사대 프램2를 태운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이 4일 미 캘리포니아 앞 태평양 바다에 착수하고 있다. 스페이스엑스 제공
사상 첫 극궤도 유인 우주비행을 떠났던 민간인 우주탐사대 프램2가 4일간의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돌아왔다.
남녀 2명씩으로 구성된 프램2 탐사대를 태운 스페이스엑스 우주선 레질리언스는 4일 오후 12시19분(한국시각 5일 1시19분) 낙하산을 펴고 미 캘리포니아 해안에 착수했다. 우주에 있는 동안 이들은 남극과 북극을 잇는 궤도를 이용해 지구를 55번 돌았다. 극지에서 또 다른 극지로 가는 데 걸린 시간은 46분40초였다.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이 미 서부 해안으로 돌아온 것은 2020년 첫 비행 이후 5년만에 처음이다. 그동안은 모두 미 동부 플로리다 앞바다로 돌아왔었다. 스페이스엑스가 귀환 장소를 이곳으로 옮긴 것은 안전상의 문제 때문이다. 우주선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우주선 아래쪽에 달린 트렁크를 버린다. 그런데 트렁크 중 다 타지 않은 조각들이 인근 지역에 떨어지는 사례가 있어 인명이나 재산상의 피해 가능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서부 태평양은 대서양보다 훨씬 넓어 이런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프램2 탐사대원 4명이 우주선에서 지구의 가족들과 화상 대화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이 이번 우주비행을 주도한 왕춘이다. 프램2
엑스선 촬영, 느타리버섯 재배 등 과제 수행
이번 우주비행은 중국 출신의 암호화폐 사업가 왕춘이 2023년 스페이스엑스의 일론 머스크에게 제안해 성사됐다. 비용은 비트코인 채굴로 억만장자가 된 그가 모두 부담했으나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극궤도 우주비행에 동행한 3명은 노르웨이 영화촬영감독 야니케 미켈센, 오스트레일리아 극지 탐험가 에릭 필립스, 독일 로봇 공학자 라베이 로게다. 네 사람 모두 첫 우주비행이었다.
3월31일 밤(한국시각 4월1일 오전) 스페이스엑스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출발한 이들은 나흘 동안 고도 420~460km에서 남극과 북극을 오가는 극궤도를 돌면서 극지의 대기 현상을 관찰하고 느타리버섯 재배를 포함한 22가지 과학 실험을 수행했다. 이들이 수행한 마지막 과제는 바다로 돌아온 후 지상 요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우주선을 빠져나오는 것이었다.
프램2 탐사대원들은 우주에 있는 동안 엑스선 촬영(오른쪽)을 했다. 우주에서 인체 엑스선 사진을 찍은 것은 130년만에 처음이다. 왼쪽은 최초의 엑스선 촤령 사진. 스페이스엑스 제공
“남극 상공에서 본 지구는 순백”
극궤도를 비행하는 동안 이들은 매일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과 우주선 내의 일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했다. 사령관 역할을 맡은 왕은 “460km 남극 상공을 날 때 우주에서 본 지구는 순백색이었다”며 “첫날은 우주 멀미로 매우 고생했으나 다음날은 멀미가 씻은 듯이 사라지고 완전히 상쾌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았다”고 전했다.
왕은 2002년 첫 비행 이후로 비행기, 헬리콥터, 열기구를 타고 모든 나라를 방문한다는 계획 아래 비행 횟수를 세어 왔다. 그는 “지금까지 지구와 달을 포함한 전체 249개국의 54%인 135개국을 방문했으며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고도 460km 우주에서 본 지구의 남극. 프램2
왕은 이번 우주비행이 자신의 1000번째 비행이 되도록 준비했다. 왕은 바다로 돌아온 뒤, 이들을 데리러 온 회수선에서 헬리콥터를 타면서 "이번이 1001번째 비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여행은 스페이스엑스 유인 우주선 크루드래건의 17번째 비행이었다. 그동안 드래건을 통해 우주비행을 한 사람은 모두 66명이다.
이번 유인 비행에 사용한 레질리언스는 2020년 스페이스엑스의 첫 유인 비행에 사용했던 유인 우주선으로 이번이 네번째 유인 비행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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