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칩 워] 7회 CNT 펠리클: 에스앤에스텍·어썸레이
[AI&칩 워] 인공지능(AI) 반도체 패권을 놓고 빅테크 기업들이 벌이는 ‘칩 워(Chip War)’를 파헤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펼쳐지는 뜨거운 소식을 독자분들이 알기 쉽게 분석해 드리는 심층 분석 연재물 입니다.
전 세계 반도체 업계는 nm(나노미터)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2nm(나노미터) 이하의 선단 반도체 공정에서는 극단적으로 미세한 회로 패턴이 필요합니다. 이때 사용하는 기술이 바로 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 노광 기술인데요.
EUV는 파장이 13.5nm에 불과한 빛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 위에 회로를 새기는 데 필요한 장비입니다. 하지만 이처럼 짧은 파장의 빛은 그만큼 먼지나 오염 입자에도 극도로 민감합니다. 0.1마이크로미터(μm, 100nm) 수준의 입자 하나만 있어도 결함이 발생해, 칩 전체 수율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광 장비 입자 유입 원천 차단
ASML의 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 장비
ASML의 ‘하이 뉴메리컬애퍼처 극자외선(High-NA EUV)’ 장비
노광 장비 내부에서 입자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부품이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펠리클(Pellicle)’입니다.
펠리클은 노광 마스크를 보호하는 얇은 막으로 보시면 이해가 쉽습니다. 일반적으로 노광 마스크 위에 얇은 투명막을 씌워 먼지를 차단하고, 마스크 자체에는 입자가 닿지 않도록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EUV는 기존보다 훨씬 높은 에너지를 가진 빛이라는 점입니다. 종전 불화 아르곤(ArF)공정에서는 무정형 불소 고분자나 실리콘계 고분자로도 펠리클을 만들 수 있었는데요. EUV 광은 그런 일반 소재들을 녹이거나 투과하지 못하거나 변형시켜버립니다. 때문에 EUV용 펠리클은 열에도 강하고, EUV 광을 거의 흡수하지 않으며, 기계적으로도 안정적인 신소재여야 합니다.
오늘날 ASML과 같은 EUV 업체가 고민에 빠진 이유입니다.
반도체 생태계는 거대합니다. 여기서 노광 장비만 떼어 놓고 보면 공급망 사슬은 이렇습니다. 파운드리 업체 → EUV 업체 → 펠리클 업체 → 펠리클 멤브레인 기업. 사슬 가운데 하나만 이상해도 첨단 반도체 제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오늘날엔 ‘하이 뉴메리컬애퍼처 극자외선(High-NA EUV)’ 장치가 TSMC 삼성전자 인텔에 하나씩 도입되고 있습니다. 2nm 공정 이하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인데요. 때문에 펠리클 업계에서는 열에도 강하고, EUV 광을 거의 흡수하지 않으며, 기계적으로도 안정적인 소재를 찾아내는데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하이 NA EUV, 2026 본격 가동 예정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가 펠리클 멤브레인을 들고 있다.
CNT 펠리클 멤브레인. 110mm x 144mm급 풀사이즈 성능이 요구된다.
그리고 그 주인공 중 하나가 바로 탄소나노튜브(CNT)입니다.
CNT는 탄소 원자가 육각형 구조로 배열된 튜브 형태의 나노물질인데요. 높은 강도, 낮은 밀도, 탁월한 열 전도율, 높은 투명성을 갖고 있어 EUV 광을 효과적으로 통과시키는 동시에 열과 기계적 스트레스를 버틸 수 있는 이상적인 소재입니다.
특히 CNT를 이용한 멤브레인은 하이-NA EUV용 펠리클에 필요한 성능을 충족합니다. CNT 펠리클의 대표 주자는 어디일까요. 바로 어썸레이라는 스타트업입니다. 얼마 전 김세훈 어썸레이 대표를 만나 CNT 펠리클에 대한 신세계를 탐험했습니다. (이하 전문)
― 하이 NA용 펠리클은 어떤 성능을 갖고 있나요.
▶(김세훈 대표) 지금 하이 NA용 펠리클 가운데 퀄리피케이션을 통과한 제품이 없습니다. 기존 실리콘계 소재는 400℃까지 밖에 못 버티는데, 하이 NA는 최소 800℃ 이상을 요구하고, EUV 투과율도 94% 이상이 필요합니다. 기존 소재는 고출력 장비에서 터져서 쓸 수가 없어요. 저희 CNT 기반 소재는 이런 요구 조건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 실제로 삼성이나 TSMC가 ASML의 하이-NA EUV를 도입했나요.
▶(김세훈 대표) 네. 인텔이 1호기, TSMC가 2~3호기, 삼성은 4호기로 하이 NA 장비를 ASML에서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금은 세팅 단계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라인 투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때 펠리클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어썸레이는 어디에 납품을 하는 것일까요
▶(김세훈 대표) 저희는 소재만 공급하는 회사입니다. 펠리클을 직접 만드는 건 아니고요. 지금 한국에서 펠리클을 만드는 회사는 에프에스티(FST)와 에스앤에스텍(S&S TECH) 두 군데입니다. 이 두 회사가 펠리클 완제품을 만들어서 삼성전자 같은 칩 메이커에 납품하는 구조입니다. 삼성전자가 두 회사에 하이 NA 펠리클을 개발하라고 미션을 준 상황입니다. 두 회사 모두 CNT 소재를 직접 다뤄본 경험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소재 회사가 필요했던 거죠. 어썸레이는 에스앤에스텍과 손잡고 준비 중입니다.
기존 소재 한계…최소 800℃ 버텨야
CNT 섬유. 두께별로 다양하다
어썸레이가 개발한 펠리클 멤브레인 장비
― 경쟁사는 없나요
▶(김세훈 대표) 네. 핀란드에 있는 카나투(Canatu)라는 회사입니다. CNT를 기반으로 멤브레인을 만드는 회사로, 이쪽만 10년 동안 파온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는 원재료를 받아서 종이처럼 한 장 한 장 찍어내는 방식이라 불연속 공정이고, 수율이 낮을 것이라 예측됩니다. 저희는 연속 공정, 즉 두루마리 휴지처럼 쭉쭉 뽑아내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고, 방식도 한단계 진화한 형태입니다.
― 그렇다면 공정 방식에서 이미 차이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김세훈 대표) 네, 맞습니다. 카나투는 작년에 장비를 팔아서 매출을 올렸어요. 실제로 FST와 TSMC에 각각 80억 원어치(추정치) 장비를 팔았고, 그걸로 북유럽 나스닥 시장에 스팩 상장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장비로 만든 소재가 아직까지 퀄리피케이션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 그러면 그 장비가 무용지물이 되는 건가요?
▶(김세훈 대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구조적 문제는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펠리클 회사들이 카나투 장비로 만든 소재를 가져다가 테스트하면 문제점을 피드백해줘야 소재 차원에서 개선이 가능한데,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왜냐면 그 정보를 주면, 카나투가 그걸 가지고 TSMC나 다른 회사에 개선된 소재나 장비를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피드백 루트가 막히는 문제가 생긴 겁니다. 아마도 그 부분이 카나투가 소재 판매에서 기기 판매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어썸레이는 그런 피드백을 어떻게 받고 계신가요?
▶(김세훈 대표) 저희는 에스앤에스텍과 상호 독점 계약을 맺고 개발하고 있어요. 저희는 에스앤에스텍에만 CNT 멤브레인 소재를 공급하고, 에스앤에스텍은 저희 소재만 사용하기로 한 거죠. 그 대신, 양쪽에서 서로 피드백을 활발하게 주고받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저희는 샘플 판매도 진행 중이고, 최근에는 2년 만에 풀 사이즈까지 멤브레인 제작이 완료됐습니다.
― 올해부터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는 건가요?
▶(김세훈 대표) 네, 맞습니다. 펠리클 회사가 내년에 납품을 하려면, 올해부터 소재 발주를 넣어야 하니까요. 이미 쿠폰 사이즈나 하프 사이즈 기준 샘플은 판매하고 있었고, 올해는 풀 사이즈 기준으로 본격 계약이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러면 올해 일부, 내년에 본격 매출이 나오게 됩니다.
수율 좌우하는 ‘50nm 초박막’ 전쟁
어썸레이는 최근 CNT로 110㎜ 크기의 펠리클 멤브레인(얇은 막)을 성공적으로 제작했다.
CNT 펠리클 멤브레인. 대면적화에는 고난도 작업이 필요하다
― CNT 펠리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요
▶(김세훈 대표) 하이-NA EUV용 펠리클만 기준으로 보면, 2030년쯤 시장 규모가 약 1조 원 정도로 예상됩니다. 하이-NA에 CNT 펠리클이 적용이 완료되면 현재 가동 중인 로우-NA EUV용 펠리클에도 투입될 수 있고, 그러면 3조 원 규모 시장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지금 예상으로는 연간 약 5만~6만장 정도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가 가져갈 수 있는 공급 목표를 기존에는 1만 장 정도로 예측했는데, 로우-NA EUV 까지 확장되면 2만 5000장 정도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거라고 봅니다.
― 그런데 지금 미쓰이는 어떤 소재를 사용하나요?
▶(김세훈 대표) 미쓰이는 아직도 실리콘계 소재를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재는 하이 NA에는 못 씁니다. 그래서 미쓰이도 작년에 “우리가 2025년 12월까지 CNT 소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를 했지만 그 공장은 올해 말에나 완공이 됩니다.
― 그러면 하이 NA 장비에 들어갈 펠리클은 누가 가장 먼저 상용화할 수 있는 건가요?
▶(김세훈 대표) 지금 기준으로 보면, 에스앤에스텍과 어썸레이 조합이 제일 앞서 있습니다. 실제로 에스앤에스텍에서 먼저 연락을 주셨어요. 2년 전쯤, 여러 소재를 테스트해봤는데 결국 다 안 되니까 “CNT 멤브레인 진짜 만들 수 있냐”고 문의가 온 거죠.
― 그런데 ASML은 왜 펠리클을 직접 안 만들고, 외부에 맡기는 건가요?
▶(김세훈 대표) ASML은 장비만으로도 충분히 돈을 법니다. 그래서 원래부터 주변 장비나 소모품은 외부에 라이선스를 줘요. 이번에도 ASML이 펠리클은 직접 개발하지 않고, 칩 메이커들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펠리클 없이 쓰다가 기계 문제 생기면 우린 책임 안 진다. 너희가 알아서 개발해서 써라.” 이런 식입니다.
― 말씀하신 대로라면, 이 소재는 단순히 펠리클뿐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확장 가능하겠네요?
▶(김세훈 대표) 네, 맞습니다. 저희 CNT 멤브레인 소재는 방열과 전자파 차폐 같은 데도 응용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CNT 물성을 정밀하게 조정한 최적의 소재를 수요처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으로의 진출이 용이합니다.
2만 5000장 시장…연매출 기대감
삼성전자가 발주한 ASML NXE-3600 EUV장비
하이-NA EUV용 펠리클 시장에서 CNT 소재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인터뷰 내용입니다.
CNT는 탄소 기반 육각형 구조(그래핀 시트가 튜브 형태로 말린 구조)이기 때문에, 800℃ 이상의 고온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실리콘계 소재로 만든 펠리클이 400℃ 이하에서 깨지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는 내구성인데요. CNT는 인장 강도가 강철보다도 수십 배 이상 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펠리클은 얇고 넓은 면적에 압력과 진동을 견뎌야 하는 구조인데, CNT는 얇으면서도 찢어지지 않는 성질을 가졌습니다. 이와 함께 CNT는 자외선(UV) 투과 특성이 뛰어납니다.
다만 단점도 있습니다. CNT는 나노 단위의 튜브 구조가 무작위로 자라는 성질이 있습니다. 그래서 넓은 면적에 균일하게 배치하고 정렬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펠리클처럼 110mm x 144mm급 풀사이즈의 균일 멤브레인을 만들려면, 투과율 편차(0.4% 이하)까지 제어해야 하므로 고도의 공정 기술이 필요한 셈입니다.
많은 연구소나 기업이 소형 사이즈(쿠폰 사이즈)까진 성공하지만, 풀 사이즈로 균일하게 만드는 건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또 CNT 멤브레인을 펠리클용으로 쓰려면, 플라즈마 처리, 나노 코팅, 파티클 제거 등 여러 후처리 공정도 동반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CNT 멤브레인 필름은 50nm 이하의 초박막입니다.
이 정도면 사람 머리카락의 1000분의 1 수준인데요. 이런 얇은 필름은 감아서도, 접어서도 운반이 불가능합니다. 진공상태 또는 고정 틀에 고정해서 사람이 들고 운반해야 하는 수준입니다.
반도체라는 산업이 미세의 세계로 진입하면서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발견하고 구현하는 과정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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