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한 뒤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린 뒤 일본 언론들이 그의 재임 기간에 대한 평가를 담은 보도를 내놓고 있다. 일본에 일방적 양보를 거듭해온 윤 정부의 퇴진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는 보도가 많이 보인다.
6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 4일 파면당한 윤석열씨는 재임기간 동안 의료·연금·노동·교육의 4대 개혁 추진을 내걸었지만, 소수여당이었던 데다 독선적이라고 비판받는 강압적 방식이 역효과를 내 거의 성과가 없었다”며 “혼란과 화근을 남긴 채 과제는 차기 정권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한·일 과거사 문제 등에서 여러차례 일방적 양보를 해온 윤 전 대통령을 후하게 평가하는 편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5일 “(문재인 정부 시절) ‘전후 최악'이라고 까지 불렸던 한·일 관계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한·일 관계가 다시 차가워질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가 이뤄진 4일 일본 외무성 간부 말을 인용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일본 정부 내부에서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아쉬워하는 반응이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일 관계를 극적으로 개선시킨 윤석열 전 대통령의 퇴진으로 일본 정부와 여당내에서는 한·일 관계의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한국에서 좌파 정권으로 교체도 예상되는데 일본 정부가 대응에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본에서도 차기 대통령 선거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대부분 언론들은 한국 여론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일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와 관련해 “대일 강경파로 알려졌다”는 언급과 함께 기대보다 우려를 주로 드러내고 있다. 이 대표에 관련해서는 “대일 강경파로 알려져 정권 교체가 이뤄질 경우,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노동자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마이니치 4월4일치)고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지난 5일 “윤씨의 퇴진을 실현하고 순풍을 타는 좌파계 최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도 출마할 전망”이라며 “이씨는 일·한(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중시했던 윤석열 정부를 비판해온 만큼,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동아시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본 정부 내부에서는 한국과 일본 모두 미국 정부의 ‘관세 전쟁’이나 중국 군사력 확장 등 심각한 대외 환경에 맞서는 과정에 한·일 갈등이 부각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도 있다고 한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한 외무성 간부는 “한국도 미·중 대응만으로도 힘에 부칠 것인 만큼 과거사 문제 개선을 일본에 요구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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