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진짜 붙이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고?”
글로벌 제약사들의 비만약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우리나라 제약업계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기존 신약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투여 편의성을 고려한 ‘붙이는 비만약’ 개발이 주목된다.
현재 글로벌 시장을 강타한 비만 치료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삭센다, 릴리의 젭바운드 등은 펜 타입 주사기 제형인데, 동일한 효과라면 직접 주사를 맞는 것보다는 먹는 것이, 먹는 것보다는 붙이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패치형 비만 치료제는 1㎠ 초소형 패치를 팔과 복부 등에 부착하는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해, 주사나 먹는 방식에 비해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극대화된다. 통증도 없고, 감염 우려가 적으며,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더구나 노보노디스크의 GLP-1 수용체 작용제 약물인 세마글루타이드의 물질 특허는 내년 12월5일 만료되지만, 제형 특허는 2031년까지이기 때문에 주사제형보다 패치형 비만 치료제 출시가 빠를 수 있다는 전략이다.
마이크로니들 전문 기업 라파스는 최근 ‘DW1022’ 임상 1상 결과와 관련해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DW1022는 대원제약이 개발·생산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성분 원료의약품(API)에 라파스의 마이크로니들 패치 기술을 접목한 ‘붙이는 비만 치료제’다.
임상 1상 결과 마이크로니들 패치를 통해 GLP-1이 우리 몸에 문제없이 전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정도현 라파스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임상시험 대상자 30명 전원의 혈액에서 세마글루타이드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임상시험에서 마이크로니들 패치로 만든 의약품의 혈중 약물 농도를 확인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밝혔다.
대웅제약이 개발 예정인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 이미지. [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은 R&D(연구개발) 전문 대웅테라퓨틱스와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의 패치형 마이크로니들 제형 ‘DWRX5003’을 개발하고 있다. 대웅테라퓨틱스는 자체 마이크로니들 기술 플랫폼인 ‘클로팜’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이 미세혈관을 통해 GLP-1 약물을 전달해 1주일에 한 번만 피부에 붙이면 기존 주사제형과 동일한 약효를 볼 수 있다. 대웅제약은 현재 국내 최초로 인성장호르몬 용해성 마이크로니들 패치 임상 1상 진행 중인데, 이후 마이크로니들 비만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동아ST는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개발 스타트업 주빅과 패치형 비만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주빅 관계자는 “현재 동물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단계”라며 “향후 개발 단계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친화적인 치료제 제형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는 한미약품은 생분해성 고분자를 사용한 마이크로 니들 패치, 저분자 경구제, 흡입형 분말제 등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다. 기존의 약물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접목한 ‘비만 관리 솔루션’도 개발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부터 체중 감소 이후까지 ‘비만 전주기’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제약사들도 국내 마이크로니들 업체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파스는 올해 중국 회사에 마이크로니들 패치 제형 기술이전 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사제 제형의 경우 주사 투약의 번거로움과 통증이 유발되지만,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경우 피부에 붙이면 효능을 볼 수 있기에 투약 편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현재 환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복용이 편리한 경구제나 패치형 치료제 개발이 더욱 활발히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사들의 자체 비만 치료제도 가시권에 들었다.
한미약품은 내년 하반기 비만약 후보물질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임상 3상이 진행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장 부작용을 개선한 ‘한국형 비만약’이다. 한미약품은 이외에도 ▷차세대 비만 치료 삼중작용제 ‘HM15275’ ▷신개념 비만약 ‘HM17321’ 등 총 3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동아ST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옥신토모듈린 유사체 계열의 비만 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DA-1726’을 개발하고 있다.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주 1회 주사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뮤노포지 ELP 기술을 결합한 1개월 장기지속형 비만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