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 | WTT 제공
와일드 카드의 전설을 꿈꾸던 이상수(34·삼성생명)가 만리장성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상수는 6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인천 2025’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중국의 샹펑에게 0-4(8-11 0-11 3-11 4-11)로 완패했다.
이상수가 결승전에서 초반 흐름이 나쁘지 않았기에 아쉬운 결과다. 이상수는 첫 게임에서 샹펑의 안정적인 수비를 뚫리면서 8-11로 졌다.
한 번 상대에게 내준 흐름은 두 번째 게임에서 탁구에서 보기 드문 영패가 나올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이상수는 세 번째 게임 역시 3점에 그쳤고, 4게임도 4점만 따내면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한국 남자탁구의 맏형 격인 이상수는 준결승에서 대만의 린윤주를 4-2로 꺾으면서 내심 기대했던 우승 도전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수가 WTT 챔피언스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최초의 기록이다.
이상수는 지난해 12월 제78회 애경케미칼 전국남녀종합탁구선수권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뒤 부상 격인 국가대표 자격을 후배들에게 양보했다.
올해 초 태극마크를 공식 내려놓은 그는 세계랭킹에 따라 주어지는 국제대회는 참가하면서 호성적을 내고 있다. 상위 랭커 32명에게만 참가 기회가 주어지는 이번 대회도 조대성(삼성생명)의 부상으로 대신 참가하는 와일드 카드였는데 홀로 마지막까지 오르면서 갈채를 받았다.
이상수는 “꿈같은 일주일이었다. 마지막 경기는 아쉽다. 핑계를 대고 싶지 않지만 오른팔 상태가 좀 안 좋았다. 너무 많이 쓰다 보니 좀 굳었다고 하더라. 공을 많이 치면 전완근이 뻣뻣해지고 부풀어 오르는데 1게임 중간부터 불편함이 있었다. 쉬면 괜찮아진다. 하루에 두게임을 오랜만에 하다 보니 결국 티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주말 이곳에 올 때만 해도 일주일이나 있게 될 줄 몰랐다. 매번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어쨌든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 탁구에 대한 관심과 인기를 올리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팬들이 와서 응원해주시고 탁구를 더 많이 사랑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상수 외에 장우진(세아)과 안재현(한국거래소)이 남자 단식 16강에 올랐고, 여자 단식에선 신유빈(대한항공)이 8강까지 진출해 지난해 같은 대회 조기 탈락의 아쉬움을 달랬다. 김나영(포스코인터내셔널)과 주천희(삼성생명)도 16강에 올라 밝은 미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