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명화 라이브홀에서 첫 내한공연
英 차트 1위 차지한 '댓츠 소 트루' 주인공
테일러 스위프트와 협업한 '어스.'로 '빌보드 위민'서 작곡상도 받아
[밴쿠버=AP/뉴시스]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우리가 마침내 여기에 함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미국 싱어송라이터 그레이시 에이브럼스(Gracie Abrams)의 첫 내한공연을 접하면서, 그녀가 왜 현재 팝계 대세인지 확인했다. 여성 팬들이 그녀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이유를 실감했기 때문이다.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명화 라이브홀에서 열린 월드투어 '더 시크릿 오브 어스 투어(The Secret of Us Tour)'에서 빨간 도트 무늬가 점점이 박힌 흰색 원피스를 입고 나온 에이브럼스의 환한 미소와 열정은 누구라도 경계심을 풀 수밖에 없는 강력한 무기였다.
'리스크(Risk)'로 시작해 '블로잉 스모크(Blowing Smoke)' '트웬티원(21)'로 이어지는 초반부터 에이브럼스의 매혹은 대단했다. 현재 영미권에서 가장 핫한 스타답게 객석엔 외국인들도 많았지만, 노래의 상당수 떼창은 한국 팬들의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에이브럼스의 한국 팬들을 향한 첫 인사는 너무나 다정했다. 한국에 올 수 있는 이유가 돼 줘서 고맙다며 "여러분을 만나기 위해 몇 년이고 몇 년이고 몇 년이고 얼마나 간절히 기다렸는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사랑과 지지를 이야기하며 "제가 매우 강렬함을 느껴서,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서 쓴 곡들이 우리 모두를 연결해 줬어요. 그게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여러분이 저를 위해 그곳에 계셨던 것처럼, 제가 여러분을 위해 여기에 있다는 것을 느끼거나 알기를 바라요. 그리고 앞으로 한 시간 동안 이곳은 여러분이 소리 지르거나 춤추거나 울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 노래의 모든 가사를 알고 있다는 것에 고맙습니다. 항상 저와 함께 노래해 주세요."
[LA=AP/뉴시스]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메스 잇 업(Mess It Up)'에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무대 맨 앞에 쪼그려 앉아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던 그녀는 객석으로부터 태극기를 받아 활짝 펼친 뒤 드럼 세트 앞에 곱게 펼쳐 놓았다.
'터프 러브(Tough Love)'에선 곳곳의 팬들과 다정한 눈 인사를 나눈 뒤 그들이 주는 편지, 팔찌, 키링, 저고리 등을 정말 감격해하면서 받았다. 특히 8시간을 공들여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의 가사로 긴 팔찌를 만든 팬의 선물이 눈길을 끌었다. 에이브럼스는 "집에 걸어두고 싶다"며 진심으로 기뻐했다. 전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광장시장에서 탕후루 먹는 짧은 영상을 올리기도 했던 그녀는 "어제 (서울을) 돌아다녔는데 먹은 음식들이 최고였다"고 웃었다. "마법 같았고,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최근 '빌보드 위민 인 뮤직(Billboard's Women in Music) 2025'에서 에이브럼스에게 작곡상을 안긴 미국 팝 슈퍼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협업곡 '어스.(us.)'에선 웅장하고 폭발적인 떼창이 나왔다.
앙코르 첫 곡은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 톱100 1위에 오른 '댓츠 소 트루(That's So True)'였다. 우렁찬 떼창에 에이브럼스는 해맑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에어컨이 가동될 정도로 공연장에 어느새 열기가 가득 찼다.
[파리=AP/뉴시스] 그레이시 에이브럼스
'클로즈 투 유(Close to You)'로 마무리 된 약 80분 간 공연에서 에이브럼스는 기타·건반 연주를 오가며 안정된 가창력과 종횡무진하는 에너지를 선사했다. 그런 가운데 내내 유지한 우아함은 젊은 여성들의 롤모델로 통하는 까닭이었다. 인터파크티켓 예매 비율을 살펴보면, 여성이 79.3%였다. 그 중 10대(14.5%)·20대(63.7%)가 78.2%에 달했다.
이날 공연은 스위프트와 미국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월드 투어 오프닝에 섰던 에이브럼스가 이제 명실상부 대형 뮤지션의 길로 들어서고 있음을 증거한 자리이기도 했다. 에이브럼스의 공연을 본 관객들은 그래서 행운아들이다. 팝 슈퍼스타의 성장을 목도한 증인들이 분명 될 것이기 때문이다. 팬들에게 지극정성 다정한 면모는 그녀가 이 방면에 선두주자들인 스위프트, 로드리고와 왜 친한지 수긍케 했다.
또한 전 세계 SF 마니아들의 꿈인 '스타트랙' '스타워즈'를 모두 연출한 미국 영화 감독 J..J. 에이브럼스 딸인데 이를 티내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로 스스로의 길을 개척하는 태도는 그녀의 어떤 배경보다도 빛났다.
더 잘 봐야 할 것은 겉모습 너머의 진심이다. 에이브럼스의 사랑스러움에 연대의 마음이 당연하다. 열광적인 한국 팬들의 반응에 에이브럼스는 220% 확신으로 다시 내한할 것 같다고 했다. 그건 다른 세상들의 또 다른 만남이다.
그 만남은 에이브럼스 콘서트의 공통된 드레스 코드인 리본과 직결된다. 에이브럼스 팬들의 머리카락은 물론 팔찌에 가방에 옷에 리본이 각각 정성스럽게 매달려 있다. 리본은 꾸밈 요소가 강하지만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갖는 인식 기능을 한다. 동시에 무엇인가를 맺어주는 연대 뜻도 갖고 있다. 이날 곳곳에서 보였던 리본은 그렇게 에이브럼스와 팬들은 물론 같이 태극기, 플래카드 이벤트를 준비하며 그리움을 기다림으로 또 기대로 승화시킨 팬들 사이의 연결고리이기도 했다.
"여러분이 여기 오기 위해 긴 여행을 했다는 걸 알고, 밖에서 기다렸다는 걸 알아요. 그건 제게 하나의 세상과도 같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세상이죠. 오늘이 얼마나 마법 같은지 이야기하는 것을 멈출 수 없네요. 오늘 밤 우리가 당신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