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등 AI 활용 늘면서
디지털 구독료 지출도 급증세
3~4개 구독땐 월 5만원 넘어
구독 비용 할인 신용카드
유료 AI 계정 공유 서비스 등
비용 줄일 대체재 찾기 활발
# 20대 직장인 주 모씨는 월급을 받으면 매달 10만원이 넘는 고정비가 온라인 서비스 구독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처럼 기존에 이용하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말고도 챗GPT를 포함한 인공지능(AI) 서비스 구독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업무와 커리어를 위해 사용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문서 서비스와 비즈니스용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링크트인의 유료 멤버십 또한 구독비 지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씨는 “AI 구독 서비스를 하나둘 추가하면서 고정 지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며 “신용카드도 구독 비용을 할인해주는 카드로 바꿨다”고 말했다.
각종 정보기술(IT) 구독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주씨의 사례처럼 시민들의 디지털 지출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OTT나 유튜브, 음악 구독 서비스가 젊은 세대에서 필수 소비재로 자리 잡은 가운데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 유료 서비스도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B국민카드가 자사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구독 서비스 이용을 위해 지출한 비용는 전년 대비 1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성형 AI 서비스 유료 구독 건수는 299% 급증해 1년 새 4배로 늘었다.
한국에서 이용자가 많은 구독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1만4900원)과 넷플릭스 기본 요금제(1만3500원), 멜론의 무제한 듣기 요금제(1만900원) 정도만 구독하더라도 금액은 월 4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챗GPT 등의 구독 서비스가 두 개 이상 추가될 경우 구독료는 월 10만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 같은 구독비 지출을 두고 이제 ‘디지털 월세’라는 말까지 나온다. 디지털 서비스 구독료가 매달 나가는 주거비처럼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고정 비용으로 자리 잡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AI 서비스 구독이 보편화되는 추세는 기술 수용도가 높은 2030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올 1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새롭게 구독을 희망하는 서비스’를 묻는 질문에서 생성형 AI는 20대에서 1위, 30대에서 2위를 기록했다.
마크로밀 엠브레인은 “이들이 이미 학습과 업무에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세대임을 감안할 때 향후 생성형 AI는 국민 구독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챗GPT 같은 AI 구독 서비스는 유료 고객이 꾸준히 늘면서 벌어들이는 구독료 매출도 팽창하고 있다. 테크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말 1550만명 수준이던 챗GPT 유료 이용자는 지난달 말 기준 2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챗GPT 기본 요금제가 20달러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오픈AI는 매달 챗GPT 구독료로만 최소 4억1500만달러(약 600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측된다. 오픈AI는 챗GPT 구독료를 2029년 월 44달러(약 6만4200원)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구독 서비스 부담이 커진 이용자들은 구독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금융 상품을 찾거나,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는 무료 서비스를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챗GPT 대신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AI 검색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에서는 무료 AI를 내세운 뤼튼이 이 같은 수요를 흡수하며 이용자 수 3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AI 얼리어답터들은 “무료 AI를 추천한다”며 카카오브레인 출신이 만든 ‘oo.ai’, 이스트소프트의 ‘앨런’ 등 무료 서비스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무료 오픈소스 문서 프로그램인 ‘리브레오피스’가 지난달 매주 100만건이 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 가장 대중적인 문서 프로그램인 MS의 ‘MS 365’가 올해 초 AI 기능을 추가하면서 구독료를 40% 넘게 인상한 영향이 컸다.
이용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OTT 계정을 공유했듯 챗GPT 계정을 같이 쓰며 구독료를 나눠 내기도 한다.
글로벌 계정 공유 서비스인 갬스고의 경우 챗GPT뿐만 아니라 퍼플렉시티 같은 AI 서비스를 3인 공유·6인 공유 등의 옵션으로 개인 구독보다 저렴하게 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갬스고에서 월 22달러인 챗GPT 플러스 요금제를 6인 공유로 사용하면 원래 요금의 25%인 월 5.67달러로 사용할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챗GPT의 경우 질문 기록이 남아 타인과 공유하는 것이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구독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올해도 생성형 AI 서비스가 꾸준히 확산하면서 디지털 월세가 증가하는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카카오가 올해 상반기 선보일 예정인 AI 메신저 서비스 ‘카나나’도 유료 요소가 도입될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생성형 AI 서비스를 경험해 봤다는 비율은 33.3%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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