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으로 갈라져 싸운 민심…신념 바꾸기보단 '남 탓' 쉬워
양극화된 정치가 사회로 전이…"갈등 봉합 요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선고 이후 첫 주말인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찬반집회가 열리고 있다. 위쪽은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주권자 시민 승리의 날' 집회, 아래쪽은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과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 회원들의 탄핵 무효 촉구 집회. 2025.4.5/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약 4개월 만에 파면되면서 탄핵 정국은 마무리됐지만 찬반으로 갈라진 '심리적 내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에 파면을 선고한지 사흘이 지났지만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나 단체대화방에서는 "헌재 판결에 불복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보수 성향 일부 헌법재판관이 협박을 받았다"는 식의 음모론도 퍼지고 있다. '협박설'을 근거로 탄핵 인용 판결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윤 어게인'(Yoon Again)'이라는 구호가 확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조기 대선 재출마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는 현재 내란 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 편지에서 기인한다. 헌재의 파면 결정을 받아들이되, 윤 전 대통령을 다시 당선시키자는 것이다.
다만 헌법재판소법 제54조 제2항에 따르면 탄핵 결정으로 파면된 사람은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어 윤 전 대통령의 재출마는 불가능하다. 그 후에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진행되고 있는 형사재판에서 만약 유죄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을 경우 공직선거법상 피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1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는 모습. (뉴스1 DB)2025.4.4/뉴스1
그럼에도 이같은 주장이 계속 나오는 것은 탄핵 반대 집회가 결집한 채 수개월간 지속되면서 '우리가 옳다'는 신념이 공고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헌재가 만장일치로 파면을 선고하면서 법리적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지 부조화 상태라는 설명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인정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고통이 너무 크기 때문에 계속 그 믿음을 유지하려고 한다"며 "'내가 틀린 것이 아니고 저쪽이 잘못 판결 내린 것'이라며 상대를 탓하게 되고 그 분노로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억울함과 분노, 상실감에 휩싸인 이들은 현실을 수용하기 위해 '탈출구'를 찾는다. 곽 교수는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끼리 더 뭉쳐서 다음 계획이나 전략을 세우는 데 에너지를 쓰게 되는 것"이라며 "다음 대선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우고 믿음을 관철해 나가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윤 전 대통령까지 우리 사회가 세 번째 탄핵을 겪으며 국민 통합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비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노 전 대통령 탄핵으로 여야가 상대를 적으로 보기 시작했는데 박근혜·윤석열 탄핵을 거치며 사회적 거리가 더 넓어졌다"며 "여야로 양분화된 우리나라 정치가 사회로 전이돼서 더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이 뚜렷하게 승복 메시지를 내지 않아 갈등 봉합이 더 어렵다"며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균열이었던 지역 갈등도 50~60년 노력 끝에 겨우 극복하고 있는데 이념이라는 탈을 쓴 갈등은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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