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10대 0으로 대승, 선발 투수 데니 레예스의 7이닝 퍼펙트 투구짜릿했던 역전승의 감동은 하루를 넘기지 못했다. 한화 이글스가 또다시 타선의 침묵 속에 퍼펙트게임 일보 직전까지 몰리며 대패했다.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쏠뱅크 KBO리그 ' 정규리그 경기에서 한화는 삼성에게 0-10으로 완패했다. 시즌 4승 9패(.308)를 기록한 한화는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화는 전날인 5일 경기에서 9회 2사에 터진 문현빈의 극적인 역전 3점포에 힘입어 7-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4연패를 탈출했다. 마지막 2이닝 동안에만 3홈런 6타점을 몰아치며 부진하던 타선의 부활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한화 타선은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삼성 외국인 투수 데니 레예스의 호투에 꽁꽁 묶이며 깊은 잠에 빠졌다. 레예스는 7회까지 한화 타자들을 상대로 안타, 볼넷, 사구 등을 포함한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KBO리그 최초의 퍼펙트게임' 달성까지 기대하게 했다.
마운드 무기력한 한화
한화 타선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린 것은 이번에도 문현빈이었다.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문현빈은 레예스에게 우전 안타를 뽑아내며 기나긴 퍼펙트 행진을 깨뜨렸다. 이날 경기에서 한화의 처음이자 마지막 출루였다.
삼성 벤치는 레예스가 안타를 맞자 무리시키지 않고 곧바로 교체를 택했다. 레예스는 대기록은 놓쳤지만 7이닝간 92구를 던지며 1피안타 6탈삼진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째를 올렸다. 뒤를 이어 이호성과 백정현이 1이닝씩을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한화 마운드도 무기력했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선발 엄상백이 1회부터 실점을 내주며 3이닝 동안 5피안타 3사사구 3실점으로 조기강판됐다. 8회에는 권민규가 1이닝간 3피안타 1홈런 5실점의 난타를 당하며 점수차가 두 자릿수까지 벌어졌다
지난 시즌 8위에 그쳤던 한화는 올시즌 7년만의 가을야구에 야심 차게 도전장을 던졌지만, 초반부터 최하위로 떨어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 한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물타선'이다. 팀 자책점 4.61(5위)을 기록 중인 마운드는 리그 중간은 가는 수준이지만, 타선은 1할 6푼 9리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현재 리그에서 1할대 팀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오직 한화뿐이다. 한화 다음으로 팀타율이 낮은 SSG(.231)와도 무려 6푼 이상 차이가 난다. 시범경기까지만 해도 팀 타율 2위(.273)를 기록했던 한화 타선의 파괴력은 정규 시즌 개막 후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한화는 타율 외에도 출루율(.249), 장타율(.264), OPS(.514), 안타(69개), 타점(33개), 득점(35개) 등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최하위를 독식하고 있다. 그나마 홈런(7개)이 공동 6위, 도루(10개)는 2위지만 안정적인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화가 올시즌 당한 9패중 벌써 절반에 가까운 4패가 무득점 영봉패였다.
현재 한화 타선에서 3할 타자는 전무하다. 규정타석을 채운 한화 선수 중에 가장 타율이 높은 황영묵이 유일하게 2할(.200 35타수 7안타)에 간신히 턱걸이하고 있으며, 리그 전체로는 50위에 불과하다.
벌써 교체설까지 나오고 있는 외국인 타자 플로리얼(.128, 0홈런 7타점)을 비롯하여 노시환(.163 2홈런 4타점), 채은성(.167 0홈런 1타점), 김태연(.196), 심우준(. 179) 안치홍(.067), 등 전력의 상수가 되어줘야 할 타자들이 줄줄이 1할대 이하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은 문현빈이 2할 5푼 9리 2홈런 5타점으로 페이스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게 희망이지만,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어떤 대안 필요할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두산 베어스-NC 다이노스 사령탑을 거치며 항상 꾸준한 성적을 달성했고 타자들을 육성하는데 능력을 인정받은 지도자다. 하지만 그런 김 감독도 시즌 초반이지만 이렇게까지 타선이 심각한 집단 부진에 빠진 경우는 처음이다.
김 감독은 이른바 '믿음의 야구'를 표방하며 자신이 신임한 선수들과 라인업에 여간해서는 큰 변화를 주지 않는 성향이기도 하다. 타선 침체로 인해 순위가 최하위로 추락하는 와중에도 김 감독은 타순을 조정하거나 엔트리를 개편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KIA-롯데-SSG 등이 적극적인 라인업 변화와 경쟁 체제를 유도하며 타선 부진의 돌파구를 모색한 것과 대조된다.
시도해 볼만한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현재 한화 퓨처스팀에는 4할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하주석을 비롯하여 장규현, 이민재 같은 자원들이 활약하고 있다. 물론 1군과 2군에서의 성적은 엄연한 차이가 있기는 하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 활용하라고 2군을 운영하는 것이다. 기존 주전들이 심각한 부진에 빠져서 득점은커녕 출루도 힘겨운 상황에 처했는데, 2군에서 잘하고 있는 선수들은 아예 기회도 주지않고 외면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되고 1-2군간의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한화는 8일부터 두산(원정)-키움(홈)과 6연전을 앞두고 있다. 여기서 분위기를 바꾸지 못한다면, 순위 격차는 더 빨리 벌어질 수 있다. 위기에 놓인 한화가 과연 침묵하는 타선을 언제쯤 깨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