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지정, 효력 발생 전 해제 어려울 듯”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2025년도 과기정통부 핵심과제 3월 실적 및 4월 추진계획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미국발 관세전쟁과 관련해 “(한국이) 맞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협상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을 7일 밝혔다. 유 장관은 오는 11일 열릴 한·중·일 정보통신기술(ICT) 장관회의에서 관세 문제가 의제로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에 관세 문제를 돌파할 뚜렷한 카드가 부재한 상황에서 이 같은 ‘신중 기조’가 효과적인 대응이 맞느냐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부처 핵심과제 추진 현황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정부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국익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를 살피는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도 면밀하게 대응해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3일 주요 무역국을 대상으로 한 상호관세율을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는데도 ‘25%’라는 숫자를 받아들었다. 중국(34%)은 미국에 즉각 보복관세를 매기기로 했고, 일본(24%)과 영국(10%)은 협상에 주력하기로 했다. 일본과 비슷한 상호관세율이 부과된 한국 정부의 기조도 보복이 아닌 협상에 기울어 있다. 이날 유 장관의 발언은 이 같은 정부 내 기류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향후 품목별 관세 부과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지금은 ‘관세 폭탄’의 폭발 반경 밖에 있지만, 조만간 상황이 달라질 공산이 크다. 미국의 뜻을 바꿀 마땅한 협상 카드가 부재한 상황에서 반도체 역시 고율 관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유 장관은 오는 11일 중국 수저우에서 열릴 제7차 한·중·일 ICT 장관회의에서 미국발 관세전쟁에 대한 대응책을 의제로 다루는 데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회의 의제를 통해) 상대국(미국)을 자극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는 본래 장관회의이지만, 현장에 직접 참석하는 수석대표는 3국의 차관급 인사들로 꾸려진다.
유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에 대한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민감국가 효력이 시작될) 오는 15일 전에 해제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민감국가 지정은 미국과의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있는데다 관세전쟁에서 미국에 유리한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문제와 관련해 유 장관은 “마이클 크라치오스 신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과 지난 1일 화상 통화를 했으며, 백악관에서 직접 만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논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정부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유 장관이 실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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