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감자연구소’ 포스터. 사진 tvN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단순히 시기의 문제인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전략의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무턱대고, 지난해 이맘때에 대한 그리움만 떠올리게 된다. 지금 tvN 주말극을 보고 있는 방송가의 시선, tvN의 시선일 테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다채로운 장르에 스타 캐스팅도 꼬박꼬박하고 있지만 좀처럼 반등의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예능 출신 스타 드라마 PD의 실력에, 그리고 그가 만든 프랜차이즈의 위력에 기대야 하는 형편이다.
지난 6일 tvN은 주말극 ‘감자연구소’의 막을 내렸다. 지난달 1일 방송을 시작한 12부작 드라마는 마지막회가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전국 유료가구 기준으로 1.8%의 수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기준으로도 1.7%의 기록이다.
tvN 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 포스터. 사진 tvN
3월1일 1회와 수치가 전국 기준으로는 똑같다. 한때 조금 반등해 지난달 23일 2%의 맛도 봤지만, 곧바로 29일 다시 1.1%로 고꾸라지는 등 전반적으로 평균 1%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대 들어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전작 ‘별들에게 물어봐’에 비해서도 최고 시청률 3.9%에도, 최저 시청률 1.7%에도 미치지 못했다.
드라마는 감자연구소를 배경으로 감자를 매개로 한 이선빈, 강태오 두 남녀의 오피스 로맨스를 표방했다. 특히 강태오의 경우는 2022년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의 주인공 이준호 역을 맡으며 ‘국민섭섭남’이라는 별명으로 큰 인기를 얻은 후, 군 복무를 하고 복귀작이었다.
그와 함께 ‘술꾼 도시 여자들’ 시리즈로 흥행몰이를 했던 이선빈이 이어졌지만, 감자 이외에는 그 어느 것도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심지어 드라마는 ‘감자연구소’ 이후 스핀오프 격인 예능 ‘감자세끼’까지 2회로 편성했지만, 이 역시도 1%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tvN 드라마 ‘눈물의 여왕’ 포스터. 사진 tvN
방송가의 판도가 TV에서 뉴미디어로 급격하게 재편하면서, 시청자층을 대거 빼앗겼던 주중 월화, 수목극에 비해 금토극이나 주말극 등 주말에 방송하는 작품들은 방송사들 최후의 보루였다. 그래서 이러한 작품에는 거액의 제작비와 스타 제작진 그리고 캐스팅 등이 이어졌다.
tvN도 실제 그런 시절이 있었다. 바로 지난해 이맘때였는데, 지난해 3월9일 방송을 시작해 4월28일 막을 내린 ‘눈물의 여왕’이 그랬다. 16부작인 이 작품은 최고 24.9%까지 시청률이 치솟으면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비록 지금은 주연 김수현의 위세가 그때에 비해 뚝 떨어져 있지만, 콘텐츠로서 ‘눈물의 여왕’ 파급력은 다시 한번 뉴미디어의 시대 TV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수치였다.
tvN 새 주말극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포스터. 사진 tvN
하지만 이후부터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정려원, 위하준 주연의 ‘졸업’이 최고 6.6%, 신하균 주연의 ‘감사합니다’가 최고 9.5%를 찍었다. 정해인을 투입하고도 두 자릿수를 넘기지 못한 ‘엄마친구아들’에 이어 김태리의 열연이 돋보인 ‘정년이’가 최고 16.5%로 부활을 도모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주지훈, 정유미 주연의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가 최고 6.5%, 이어진 ‘별들에게 물어봐’가 최고 3.9%로 급전직하했다. 장르도 다양했다. 로맨스, 오피스 그리고 ‘별들에게 물어봐’는 500여 억원의 거대 제작비가 들어간 무려 ‘우주 오피스 로맨스’였다. 하지만 이렇다 할 화제보다는 급진적인 극 중 설정에 의한 논란만이 가중되며 불명예 퇴진했다.
물론 지금 시기가 봄철 나들이객이 늘어나며 TV로의 ‘모객’이 쉽지 않은 봄 시즌이라는 점. 그리고 과거에 비해 훨씬 OTT 등 뉴미디어로의 대중 의존성이 크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로맨스 기반에만 골몰해 이렇다 할 장르적 차별점을 고려하지 못한 편성의 전략을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결국 오는 12일 방송되는 신원호PD의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 구원투수가 돼야 한다. ‘응답하라’ ‘슬기로운’ 시리즈의 신PD 사단 작품인 이 작품은 지난해 전공의 파업으로 편성이 한 차례 밀린 ‘시대적인 아픔’도 있다. 과연 초반 악재에 비교적 신예로 짜인 캐스팅으로 어떤 결과를 낼지. tvN은 또다시 스타PD의 공력에 명운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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