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여소야대로 인한 국정불안
대통령·국회 권력, 임기 일치로 해소
'개헌' 통해 시스템 업그레이드 필요
조기대선으로 엉터리 인력 교체해야
권순욱 부국장 겸 정치부장
'망국적 지역주의'라는 말이 대한민국을 떠돌던 때가 30년전이다. 이제 그 자리를 '망국적 진영주의'가 차지했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사라지고 다수결 횡포만 남았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한민국 헌정사는 '여소야대(與小野大)'였다. 흔히 '제왕적 대통령'을 말하지만 실상은 '식물대통령' 신세였던 게 대부분이었다.
그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노태우 전 대통령은 '3당합당'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의원 빼내오기'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DJP연대와 '의원 꿔주기'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 제안'을 단행했다. 선거를 통해 여소야대에서 벗어난 대통령은 이명박·문재인 전 대통령 뿐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거대 야당의 입법폭주, 줄탄핵, 예산안 가위질 등에 맞서기 위해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조치를 꺼냈다가 탄핵을 당했다.
여소야대는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려는 유권자들의 견제심리에서 비롯됐지만 늘 국정을 불안하게 만든 핵심원인이였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바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동시실시를 통한 임기 일치'다. 이는 대통령 권력과 국회 권력의 교체 주기를 동일하게 하여 누가 집권을 하든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해주고, 대신 국정운영의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 대통령과 국회 권력을 동시에 교체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정치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5년 7월, 2007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2012년에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실시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는 원포인트 개헌안을 제시했다. 당시 여야 원내대표들은 노 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를 막기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초인 2008년에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물론 지켜지지 않았다.
당시 다수 야당을 이끌던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어록을 남기며 개헌안이 '블랙홀'이 된다는 이유로 강력 반대했다. 거대 야당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블랙홀'을 언급하며 개헌에 소극적이다.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대선 국면에서 2020년 대선과 총선 동시 실시 개헌안이 제시됐지만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은 "임기 초에 개헌을 하면 된다"는 이유로 반대했고, 개헌은 무산됐다.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도 같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5·18광주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계엄령 요건 강화 등 일부에 대해서만 개헌을 하자는 방안을 내놨다. 대놓고 개헌안을 반대할 명분이 없는 이 대표가 내놓은 궁색한 꼼수다.
헌법은 국가와 공동체의 기본규범이다. 시대정신과 가치를 담아놓은 제도와 시스템이다.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이 정치인들이고, 최종적으로는 국민들이다. 문제가 생긴 시스템은 고쳐야 한다. 운용하는 사람이 엉터리라면 사람을 교체해야 한다.
문제해결은 간단하다. 시스템을 바꾸고, 사람을 바꾸면 된다.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이 '개헌'이고, 사람을 바꾸는 과정이 '대통령 선거'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과 대선 동시투표'는 시스템과 사람을 동시에 교체하자는 제안이다. 시의적절한 제안이다. 탄핵이라는 우연찮은 변수 때문에 찾아온 행운의 기회다. 이번 기회를 잃어버리면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킬 수 있는 다음 기회는 2040년이 되어야 온다. 누구도 자기의 이익을 포기할리 없기 때문이다.
지금, 여기, 우리는, 애국심이 필요하다. 진영을 뛰어넘는 애국심 말이다.
개헌, 대한민국이 살 길이다.
권순욱기자 kwonsw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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