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심커피배 5년만에 또 우승 … 국내 랭킹도 4위로 껑충 뛰올라이지현 9단(왼쪽)과 신진서 9단이 대국을 벌이고 있다.(사진 한국기원 제공)
(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한국 바둑의 새로운 기대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지현 9단이 디펜딩 챔피언이자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을 꺾고 '입신 중의 입신'에 등극했다.
7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결승 3번기 최종국에서 이지현 9단이 신진서 9단을 상대로 178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뒀다. 결승1국에 이어 다시 한번 신진서 9단을 완벽하게 제압한 승리였다.
이지현 9단은 지난달 31일 벌어진 결승1국에서 신 9단의 대마를 포획하며 첫 단추를 제대로 뀄다. 하지만 지난 2일 결승2국에서 반격을 허용하며 이날 최종국을 맞았다. 1승1패의 상황에서 세계 1인자 신진서 9단을 맞아 위축될 법도 했지만, 이지현 9단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행마로 반상의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포석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은 이지현 9단은 중반에 접어들면서 집의 격차를 벌려 나갔고, 신진서 9단의 강공을 치밀한 수읽기로 막아내며 되레 신 9단의 대마를 사냥하는 데 성공했다. 한 차례의 실수도 없는 이지현 9단의 완승이었다.신진서 9단(사진 한국기원 제공)
이로써 이지현 9단은 2020년 제21기 맥심커피배에서 우승한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2018년 제5회 전라남도 국수산맥 국내 프로토너먼트 우승을 포함해 통산 세 번째 타이틀이다.
세계 최강 신진서 9단과 맞붙은 이지현 9단은 이번 결승전 이전까지 상대전적에서 4승11패로 열세였다. 그러나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만의 바둑을 보여주며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상대전적도 6승12패로 격차를 줄였다. 특히 올해만 22승4패(승률 84.61%)를 기록하며 1년 전까지 16위(2024년 4월 기준)였던 랭킹을 4위까지 끌어올리면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신진서·박정환·변상일과 함께 세계대회에서도 한국 바둑의 매운맛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국후 복기를 하고 있는 이지현 9단(왼쪽)과 신진서 9단.(사진 한국기원 제공)
이날 우승을 거머쥔 직후 이지현 9단은 "우승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훨씬 더 기쁘다"며 "마치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상대가 워낙 강해 상대의 실수를 노리기보다 내가 더 잘 두려고 애썼다"며 "수읽기만은 내 스타일대로 끌고 가려 했는데, 그것이 운 좋게 맞아떨어져 우승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제21기 맥심커피배에서 우승한 이후 5년 만에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이지현 9단.(사진 한국기원 제공)
한편 이 대회 3연패에 도전했던 신진서 9단은 이지현 9단에게 1·3국에서 연거푸 대마가 횡사하며 2022년 10월 제45기 명인전 이후 2년 6개월 만에 국내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동서식품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한 제26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의 우승 상금은 7000만 원, 준우승 상금은 3000만 원이다. 제한시간은 시간누적 방식(피셔 방식)으로 각자 10분에 추가시간 30초가 주어졌다. 시상식은 23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