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푸단대, 노인 2888명 6년 추적 관찰
건강한 노화 달성 확률, 육식 식단이 높아
채식 식단은 근육과 뼈, 뇌 영양소 부족
채식 식단이 육식 식단보다 건강한 노화에 불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채식 식단에 주로 쓰이는 채소./pixabay
나이 들어 건강을 유지하려면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채식이 질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졌지만, 건강한 노년층은 예상과 달리 채식보다 육식을 더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수록 취약한 뼈와 근육, 뇌에는 육류 영양소가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좋은 것도 때를 맞춰 먹는 게 답인 셈이다.
중국 푸단대 연구진은 “중국 노인 2888명을 대상으로 6년간 추적 관찰을 한 결과, 채식보다 육식이 건강한 노화에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일 네이처 출판그룹(npj)의 국제 학술지 ‘npj 노화’에 발표했다.
채식과 육식 중 어떤 식단이 건강에 더 유리한지는 과학자와 의사들의 오랜 토론 주제다.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많다. 미국에서 채식 식단이 전체 사망률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영국이나 호주에는 그렇지 않다는 반대 연구 결과도 나왔다.
게다가 채식, 육식과 건강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서구에서 중년층을 대상으로 진행돼 아시아 노인에게 바로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지역에서 노년층에 한정해 진행한 연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푸단대가 분석한 노인의 평균 나이는 72.1세로 55%가 남성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의 식단을 분석해 완전 채식(비건)과 오보 채식, 페스코 채식, 육식 등으로 분류했다. 오보 채식은 유제품과 달걀을 먹는 채식을 말하고, 페스코 채식은 육류를 제외하고 유제품과 달걀, 해산물, 생선까지 먹는 채식을 말한다.
연구 대상 중 건강한 노화를 달성한 노인은 572명이었다. 건강한 노화의 기준은 80세 이상 생존하고,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 암, 뇌졸중, 만성 호흡기 질환, 고혈압 같은 주요 만성 질환 없이 신체와 인지, 정신 건강을 유지한 상태다.
연구진은 건강한 노화를 달성한 노인과 다른 노인의 식단을 분석했다. 그 결과 뚜렷한 차이가 보였다. 육식 식단을 유지한 사람은 채식 식단을 유지한 사람보다 건강한 노화를 달성할 확률이 1.78배 높았다. 관찰 기간 중에 채식에서 육식으로 식단을 바꾼 경우는 채식 식단을 줄곧 유지한 사람보다 건강한 노화를 달성할 확률이 1.54배 높았다.
채식주의자들이 건강한 노화를 달성할 확률은 육식의 0.65배에 불과했고, 오보 채식이나 페스코 채식이 아닌 완전 채식 식단을 따르는 경우는 건강한 노화를 달성할 확률이 0.43배로 더 낮아졌다.
80세까지 생존한 1582명을 대상으로 주요 만성 질환과 신체 기능 장애, 인지 장애 여부를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채식주의자들은 육식 식단을 택한 사람보다 주요 만성 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1.6배, 신체 기능 장애는 1.95배, 인지 장애는 2.05배 높았다.
연구진은 채식 식단의 이점이 노년에서는 발휘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오히려 노년층이 취약한 뼈와 근육, 뇌에 필요한 영양분이 채식 식단에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가오 시양(Xiang Gao) 푸단대 영양학연구소 교수는 “채식 식단이 건강한 노화에 어울리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근육량, 뼈 건강,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완전 채식을 유지한 노인들은 거의 절반이 단백질 권장 섭취량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식물성 단백질은 일반적으로 동물성 단백질보다 품질이 낮아 나이 들면서 근육과 뼈 건강이 저하되는 것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채식만 고집하면 인지 기능에도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채식 식단이 80세에 인지 장애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며 “채식 식단은 비타민 B12, 비타민 D, DHA 같은 영양소의 결핍을 초래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인지 기능 저하가 초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npj Aging(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14-025-00213-4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