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성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와이즈넛 대표)
보호무역주의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역 장벽을 강화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수단으로는 관세를 통한 직접적인 통제와 함께 탄소중립·재생에너지 기준과 같은 환경 규제,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국가 안보 차원의 통제 등이 있다.
최근 수년간 세계적으로 확산된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지난 2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격 발표한 상호 관세 부과 정책으로 정점에 이르렀다. 이제 세계는 '경제 협력'이 아닌 '경제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며 이는 세계 경제 질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격변 속에서 미래 산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산업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AI 산업은 고급 엔지니어, 데이터 전문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기반으로 미국이 주도해왔다. 많은 국가들이 미국 주도 기술 생태계에 편승해왔지만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 등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은 글로벌 AI 경쟁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AI 산업은 이제 대규모언어모델(LLM)의 성능 경쟁을 넘어 AI 에이전트(AI Agent)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인터넷 포털 이후 검색 기술이 기업 및 기관 내부 데이터 검색으로 확장된 흐름과 유사하다. 과거 생성형 AI는 대화, 문서 자동 작성, 번역 등 업무 보조 도구에 머물렀으나 이제 AI는 업무를 수행하는 실질적인 협력자로 진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회의실 예약을 직접 검색하고 승인받던 방식에서, AI 에이전트는 조건에 맞는 회의실을 찾아 자동으로 예약하고 승인하는 것을 비롯해 회의록 요약, 번역, 이메일 발송까지 수행하는 '회의 매니저 에이전트'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AI는 특정 기능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의 전체를 자동화하고 있으며 사용자는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시대가 도래했다.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AI 시장에서 기업과 시장은 이제 저사양 컴퓨팅 환경에서도 작동 가능한 고성능 AI 에이전트 구현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하드웨어(HW)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시스템 설계 전반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와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가 GPU 인프라 확충에 나선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초거대 AI 모델(LLM·VLM) 개발, 도메인 특화형 AI, 실용적인 AI 에이전트 개발 등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도로를 잘 닦는 것만으로는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지 않듯 AI 생태계도 '도로(인프라)'와 함께 '자동차(SW 및 서비스)' '부품(데이터 및 응용 기술)' 산업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공존하는 선순환적 산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 트럼프 정부의 상호 관세 부과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역시 중요하다. 만약 중국처럼 우리도 관세 대응에 나선다면 AI의 핵심 부품인 GPU 도입 원가가 상승하고 이는 기업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재 AI 산업은 수출 중심 구조가 아니기에 수입 원가 상승은 내수 기반 기업 비용 증가로 직결된다. 따라서 이미 시작된 글로벌 무역 전쟁의 시대, 우리에게는 수출 가능한 AI 산업 구조를 정책적으로 조성하고 국내 산업의 글로벌 확장을 유도할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AI 산업 성패가 개별 기업 역량에만 맡겨질 수 없는 시대다. AI 기술의 확보는 곧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며, 이를 위해 정부·산업계·학계가 함께하는 'AI 원팀 전략'이 절실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AI SW 및 하드웨어 R&D에 대한 국가 투자는 과감하고 전격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기술 투자 없이 국가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모두가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과거 한국형 AI 반도체에 집중했던 것처럼 이제는 SW R&D에도 연구비 증액과 같은 과감한 투자가 절실하다. AI 산업은 HW뿐만 아니라 결국 데이터와 SW를 통해 구현된다는 부분을 인식해 순차적 차원을 넘어 전폭적이고 적극적인 국가의 투자가 필요하다.
특히 신생 벤처기업이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투자 유입은 인재 확보와 기술 개발로 이어질 것이고, 다양한 에이전트 형태의 구체적 서비스와 SW 개발을 통해 시장 창출 및 기업 구조 변화, 생산성 극대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미국 국방성이 수년간 압도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글로벌 AI 기업을 키워낸 것처럼, 우리 정부도 AI 에이전트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AI 도입을 통해 기술을 실현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어줘야 한다. 동시에 AI 산업 규제 완화 및 제도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AI 기업은 독자 기술을 확보하고 상호 협력하며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AI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지금이 바로 한국 AI 산업이 글로벌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산·학·연·관이 하나 되어 과감하고 전략적인 국가 주도적 투자를 실현할 때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강용성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초거대AI추진협의회 부회장·와이즈넛 대표 scott@wisenu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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