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현역 생활 마무리
챔프전 3승2패로 정상 올라
흥국생명 6년만에 통합 우승
V리그·국가대표 등 맹활약
해외서도 월드 스타 명성
"좋게 마무리할 수 있어 기뻐"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5차전 경기.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흥국생명 선수들이 김연경을 헹가래질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승을 확정하는 매치포인트를 따내는 순간, '배구 여제' 김연경이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프로 선수 20년 인생의 마지막을 우승으로 장식한 그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연경이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V리그 챔피언결정전을 끝으로 '화려하게'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김연경의 소속팀 흥국생명은 정관장과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3대2(26-24 26-24 24-26 23-25 15-13)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정상에 올랐다. 정규리그 정상에 오른 흥국생명은 2018~2019시즌 이후 6시즌 만에 챔프전까지 통산 네 번째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5차전 막판까지 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하자 흥국생명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 안았고, 2008~2009시즌 이후 16년 만에 국내 무대 우승을 경험한 김연경은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이번 V리그 여자부 챔프전은 '김연경 시리즈'로 불릴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김연경은 지난 2월 13일 정규리그 GS칼텍스와 경기를 마친 직후 "올 시즌이 끝나고 은퇴한다. 팀 성적과 관계없이 은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흥국생명 지명을 받은 그가 프로 생활 20년 만에 전격 은퇴를 선언하자 코트에서 뛰는 모습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관심이 모아졌다.
김연경은 자타공인 한국 여자 배구 역대 최고 스타로 꼽힌다. V리그에서는 데뷔 시즌이었던 2005~2006시즌을 시작으로 총 6차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3차례 MVP를 수상한 그는 V리그에서 8시즌을 뛰고도 통산 6위(5264점), 포스트시즌 최초 1000득점 돌파 등 다양한 기록을냈다. 또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2012년 런던, 2021년 도쿄 대회 등 두 차례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 4강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2009년 일본을 시작으로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 무대에서 12시즌을 뛴 김연경은 각종 개인 타이틀을 석권하면서 '월드 스타'로서 명성을 날렸다. 2011~2012시즌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MVP·득점왕을 비롯해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 MVP, 2014~2015시즌 튀르키예 리그 MVP·득점상·공격상 등 매 시즌 성과를 냈다.
2022년 국내 무대에 복귀한 뒤 김연경은 V리그 흥행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냈다. 김연경이 뛰는 경기장마다 홈·원정 관계없이 구름관중이 몰렸다. 김연경이 은퇴를 선언한 뒤에는 흥국생명의 원정 경기마다 '은퇴 투어'로 펼쳐져 매 경기 화제를 모았다. 팬들의 응원에 김연경은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화답했다.
현역 마지막 경기를 우승으로 확정한 김연경은 "실감이 안 난다. 꿈인지 모르겠다. 마지막을 이렇게 장식할 수 있어 함께 뛴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챔프전을 치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 버티자는 마음으로 뛰었는데 어려웠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정말 좋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은퇴 번복 여부에 대해 그는 "챔프전을 하면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느꼈다. 좋은 모습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우리 후배들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