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가공품까지 수출 통제…전문가들 "호주·베트남 등 공급망 다변화 꾀해야"
니켈로 도금된 네오디뮴 자석.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 금속은 영구자석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평가된다.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의 관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나섰다. 정부는 비축량을 갖고 있고 희토류를 다른 원료로 대체할 수 있어 국내 첨단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희토류 원석뿐 아니라 가공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중국으로부터 가공된 희토류를 주로 수입하는 한국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일(현지시간) 중국에 34%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하자 지난 4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7종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수출 통제는 희토류에 대해 수출 허가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수출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사용자와 용도 등을 검증해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는 희토류는 중국이 수출하는 희토류 17종 중 디스프로슘, 이트륨, 사마륨, 루테튬, 스칸듐, 테르븀, 가돌리늄 등 7종이다. 대부분 군수 및 첨단산업에 쓰이는 원료다.
'사마륨'은 코발트 자석에, '가돌리늄'은 조영제에, '디스프로슘'은 전기차용 영구자석 첨가제에, '루테튬'은 방사선 치료에, '스칸듐'은 항공기 부품에, '이트륨'은 고체 레이저 제조나 반도체 제조에 사용된다.
정부는 디스프로슘과 이트륨은 6개월 이상의 공공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루테튬의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팔라듐 기반 촉매를 주로 사용해 영향이 제한적이다. 테르븀은 디스프로슘 첨가량을 늘려 수입량이 적어져도 대응할 수 있고 가돌리늄도 일정 부분 다른 물질로 대체할 수 있다. 사마륨과 스칸듐은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희토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심광물작업반(CMWP) 등 주요국과의 다자간 협의체를 통해 비축 희토류를 공유하거나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문제는 전 세계가 중국 희토류 공급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어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희토류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약 69.2%를 차지한다. 희토류 가공 및 정제 산업으로 넓히면 중국은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범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지질연) 희소금속광상센터장은 "중국에서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하면 전 세계 희토류 공급에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2010년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열도(다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이 일어나자 일본을 대상으로 희토류 수출을 대폭 줄인 사례가 있다"라고 말했다. 당시 희토류 가격이 40% 이상 급등하고 일본도 즉각 백기를 든 바 있다.
특히 이번 중국 조치는 희토류 원석뿐 아니라 1·2차 가공 희토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한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희토류를 채굴한 뒤 자체적으로 추출하고 정제해 가공해 수출하기도 한다.
한국은 중국으로부터 대부분의 희토류를 가공 희토류 형태로 수입한다. 중국은 2023년 12월 일시적으로 희토류 가공 기술 제품에 대해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지만 이번에는 원석까지 포함한 것이다. 한국의 지난해 중국산 희토류 수입의존도는 79.8%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자원을 무기화할 수 있는 태세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희토류는 첨단 기술과 국방,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가져 미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희토류 비축량을 늘리거나 중국 외 희토류 공급망을 다각화하는 방법이 우선이다.
2021년 국내 기업들은 2억5000만 달러(3600여억원)를 투자해 호주 ASM이 운영하는 희토류 광산의 20% 지분을 매입해 영구자석용 가공 희토류를 국내로 가져왔다. 이후 제련시설을 거쳐 대구의 제조업체가 영구자석까지 제조해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지질연을 중심으로 우즈베키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으로 공급망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현복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베트남에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통해 투자하면서 베트남 기업과 희토류에 초점을 둔 자원 협력을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희토류 재활용 산업을 키워 친환경적이고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망을 만들어 중국에 치우친 공급망을 다변화하겠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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