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2004년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헌법"…학계·재판관 비판
장영수 교수 "위헌 논란 일 가능성…개헌·국민투표 통해 해결"
세종시 국회 예정 부지와 도심 뒤로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태양이 저물어가고 있다. 2020.12.29/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유수연 기자 = 6·3 장미대선을 앞두고 대권 후보들이 행정수도 세종 이전에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11년 전 "수도는 서울"이라고 못 박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관심이 쏠린다. 헌법 전문가는 행정수도 이전 추진은 이번에도 위헌 논란이 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추진한다. 이번 안은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에 담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역 균형 발전을 이유로 들며 행정수도 이전을 구체적으로 추진했다. 2004년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을 공포하며 용지를 매입했지만 헌재의 위헌 확인 판결에 제동이 걸렸다.
헌재는 당시 위헌 판단의 근거로 '관습헌법'을 들었다. 관습헌법이란 법전에 기재된 성문헌법은 아니지만, 관습에 의해 정립된 불문헌법이다. 헌재는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관습헌법으로 성립된 불문헌법"이라며 특별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 판결은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일부 학자들은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을 새로 만들고 이에 기대 결정을 내렸다며 비판했다.
판결한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김영일 전 헌법재판관은 별개 의견에서 "헌재의 결정으로 수도 위치에 관한 규범이 관습헌법에서 성문헌법으로 변경되는 결과가 된다면 헌법 개정 권력의 권한을 헌재가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라며 "관습헌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수도 문제에 관해 현행 헌법의 틀 내에서 위헌적 상황을 교정할 방법이 있는데도 다수 의견은 무리한 길을 택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밝혔다.
김 전 재판관은 수도 이전은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았기 때문에 성문헌법인 헌법 제72조를 위반해 위헌이라고 했다. 헌법 7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반대의견을 낸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은 "다수의견의 논지는 우리 헌법의 해석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전 전 재판관은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제에서 관습헌법을 성문헌법과 '동일한' 혹은 '특정 성문헌법 조항을 무력화할 수 있는' 효력을 가진 것으로 볼 수 없다"라며 "다수의견은 헌법이 부여한 입법권보다 관습헌법을 우월하다고 인정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행정수도 세종 이전은 헌재의 위헌 결정 후에도 매 대선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그러나 위헌 논란에 부딪혀 추진이 쉽지 않았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8일 "(행정수도 이전을) 헌법 개정의 내용에 넣으려면 정말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 쉬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관습헌법이 맞느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고 하면서도 섣불리 행정수도 이전 법안을 내놓으면 위헌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장 교수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기 위해선 △수도에 관한 사항 헌법에 명시 △국민투표를 통한 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꼭 헌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국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하면 관습헌법에 우선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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