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인들, ‘관세 정책 로비’ 그룹 결성
애플, 닷컴버블 후 최악의 주가 하락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으로 테슬라 생산 단가가 600만원 상당 오르게 될 것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 관세 정책을 철회할 것을 직접적으로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워싱턴 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머스크가 관세 정책에 개입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비공개 회담을 가졌지만, 성공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때무터 관세에 반대해왔고, 지난 5일 각국을 대상으로 하는 관세 정책이 발표된 후엔 정책을 이끌어온 무역 참모 피터 나바로에 대해 “벽돌보다 멍청한 사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주말 이탈리아 부총리 마테오 살비니와의 인터뷰에서도 “유럽과 미국 사이의 ‘자유 무역 지대’를 만들고 싶다”며 “제품 뿐 아니라 사람들 역시 유럽과 미국 사이를 더 자유롭게 이동하고 원한다면 어느 나라에서든 일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내용이 내가 대통령에게 한 조언이었다”고 덧붙였다. 자유 무역을 주장한 자신의 주장이 대통령에게 먹히지 않았다고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을 지지했던 미국 재계·테크계 리더들 역시 관세 정책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WP는 “이들은 자신들이 이 정책에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에 큰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계 리더들은 트럼프 행정부 구성원들에게 보다 온건한 정책을 로비할 비공식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머스크의 테크계 측근들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 등에 직접 ‘합리적인 자유무역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친구이자 투자자인 조 론스데일은 X에 “최근 며칠 간 행정부 내 친구들에 관세가 중국 기업보다 미국 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 주장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테크계 거물들은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대통령의 호의를 되받지 못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광범위한 관세는 애플의 아이폰 공급망을 압박하고, 아마존,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지능(AI)을 구동하는데 쓰이는 수퍼컴퓨터 구축 비용을 훨씬 증가시킬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원가 상승에 따른 실적 타격이 예상되는 애플 주가는 8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104% 관세를 매긴다는 결정 이후 전날 대비 4.98% 내린 172.42달러에 마감했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 3거래일 동안 19% 내려 앉아, ‘닷컴 버블’ 이후 최악의 하락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애플의 시총은 2조 5900억 달러로 내려 앉으며 ‘세계 최고 가치 있는 기업’ 자리를 MS에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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