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연구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그래핀을 활용해 개발한 광경화 투명 필름(왼쪽)과 그래핀 광경화 콜로이드 조성물을 들고 있다. ETRI 제공
국내 연구팀이 강도와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소재인 그래핀으로 빛의 세기에 따라 투명도가 변하는 필름을 개발했다. 서로 엉겨 붙기 쉬운 그래핀을 안정적으로 분산시키는 기술을 적용한 결과다. 연구결과를 통해 그래핀이 광학 센서, 디스플레이 분야 등에서 지금보다 더 쉽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휴먼증강연구실 연구팀이 그래핀으로 안정적으로 분산시킨 투명 필름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해 12월 25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컴포지트 파트 A: 응용과학 및 매뉴팩쳐링'에 공개됐다.
탄소(C) 원자가 2차원(2D) 구조를 이룬 그래핀은 가벼우면서 강도와 전기전도성이 뛰어다. 그래핀은 서로 엉겨 붙는 성질이 있어 실제 산업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화학적 분산제는 그래핀의 특성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 한계다.
연구팀은 테트라에틸렌글리콜 다이아크릴레이트(TEGDA)라는 고분자 물질을 활용해 별도의 분산제 없이도 그래핀이 균일하게 퍼지는 콜로이드 조성물을 개발했다. 콜로이드는 우유나 혈액처럼 작은 입자가 액체나 기체에 분산된 상태를 말한다.
그래핀 분산 고분자 광경화 복합소재 제조 원리. ETRI 제공
연구팀이 개발한 그래핀 분산 콜로이드 조성물은 매우 안정적으로 그래핀이 침전하지 않고 1년 이상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빛인 자외선을 이용해 콜로이드 조성물을 단단한 필름으로 변환하는 광경화 방식이라 그래핀의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공이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콜로이드 조성물 모두가 필름 형성에 사용돼 공해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환경친화적"이라며 "광경화 방식은 금형으로 찍어내거나 고분자 용액을 활용한 필름 제조 방식보다 대량 생산과 상용화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ETRI 연구팀이 개발한 두께 50마이크로미터의 그래핀·고분자 광경화 복합 소재. ETRI 제공
개발된 콜로이드 조성물로 만든 그래핀 필름은 강한 빛을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어 눈이나 장비를 보호하는 광학센서 및 보호필름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AI(인공지능)가 빛으로 연산을 수행할 때 활용되는 AI 광학소재나 고성능 디스플레이와 광소자 개발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그래핀의 물성을 활용한 효율적인 광·전자소재 개발을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 기업과 협력한 상용화, 대량 생산 적용도 검토 중이다.
신형철 ETRI 휴먼증강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그래핀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특히 그래핀 분산 콜로이드 조성물은 광 관련 부품 및 AI 응용 기술 분야에서 혁신적인 소재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ompositesa.2024.108693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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