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중난대, 전 세계 5600만건 산모 데이터 분석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은 산모의 아이가 일반 산모의 아이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등 아동 정신·발달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30%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임신 중 당뇨병에 대한 조기 검진과 치료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임신성 당뇨병(GDM)을 진단받은 산모의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증 등 아동 정신·발달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30%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당뇨병에 대한 조기 검진과 치료의 중요성을 확인한 결과로 평가했다.
중국 중난대 상아병원 연구진은 “임신성 당뇨와 자녀의 뇌·신경계 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국제 학술지 ‘란셋 당뇨병·내분비학(The 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8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5600만건 이상의 임신부 데이터를 분석했다. 임신 전부터 제1·2형 당뇨병을 앓았거나 임신성 당뇨병을 진단받은 산모에 대한 202건을 선별해, 나중에 출산한 아이에서 뇌·신경계 문제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분석했다.
임신성 당뇨는 임신 중에 발생하는 혈당 이상으로, 전체 임신부의 5%가 경험한다.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 인슐린 기능을 떨어뜨려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면서 발생한다. 임신성 당뇨 환자는 조산, 자연유산 등 산모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임신성 당뇨는 대부분 무증상이라 조기 검사가 중요하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은 여성의 아이는 다른 아이보다 신경 발달 문제가 있을 확률이 28% 높았다. 신경 발달 증상 중에서도 지적장애가 32%로 가장 높았고, ADHD가 30%, 자폐증이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위험한 경우는 임신 전에 당뇨병을 진단받은 산모였다.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은 산모보다 자녀에서 신경 발달 장애가 발생할 위험이 39% 더 높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임신 전 당뇨(제1·2형)나 임신성 당뇨가 태아의 신경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그간 여러 편 발표됐다. 산모의 고혈당이 태아 뇌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염증 반응을 증가시켜 신경세포 발달을 저해할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다만 연구진은 산모의 고혈당 수치가 태아의 신경 발달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팡쿤 리우(Fangkun Liu) 중난대 뇌신경학과 교수는 “임신성 당뇨를 진단받았다고 해서 모든 아이가 발달 문제를 겪는 것은 아니며, 여성의 당뇨병이 자녀의 발달 장애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며 “산모의 당뇨병과 신경 발달 문제 사이에 명확한 연관성과 그 이유를 찾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신 중 혈당 관리를 통해 아이의 건강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이나 산모의 당뇨병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할프린(Elizabeth Halprin) 미국 조슬린 당뇨병센터 전문의는 “임신 중 산모의 포도당 수치 상승과 향후 아이의 신경 발달 장애 간 연관이 있다는 것은 의학계에 알려진 사실”이라면서도 “식이조절, 혈당관리, 운동 등 관리를 하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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