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두(smallpox)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인 엠폭스바이러스의 주요 숙주로 지목된 다람쥐 '푸니스키우루스 피로푸스'. 위키미디어 제공
천연두(smallpox)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인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의 주요 숙주로 다람쥐가 지목됐다. 다람쥐가 전세계적으로 확산세를 보이며 세계보건기구(WHO)가 경계하고 있는 엠폭스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퍼뜨리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독일 헬름홀츠 감염연구센터, 독일 프리드리히 뢰플러 연구소, 코트디부아르 타이국립공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 독일 젠켄베르크 자연사박물관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엠폭스의 핵심 숙주가 아프리카줄무늬다람쥐의 한 종인 '푸니스키우루스 피로푸스'라는 연구결과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리서치 스퀘어(Research Square)'에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리서치스퀘어는 네이처를 펴내는 스프링거 네이처가 소유하는 사이트다.
엠폭스는 통증을 동반한 발진, 발열, 림프절 부종 등을 유발하고 일부는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감염된 사람 또는 동물과의 밀접한 접촉으로 전파된다. WHO는 중서부 아프리카의 풍토병이었던 엠폭스가 2022년 5월부터 유럽과 미주 등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자 같은 해 7월 최고 수준의 보건 경계 태세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PHEIC는 이후 10개월 만인 2023년 5월 해제됐으나 2024년 초부터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치명률이 높고 전파 속도가 빠른 새로운 변종인 하위 계통 Ⅰb형(Clade Ⅰb) 엠폭스가 다시 확산하면서 지난해 8월 다시 선언됐다. 전통적으로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던 엠폭스는 최근 뚜렷하게 사람 간 전파 징후를 보이고 있다.
연구팀은 2023년 1월 타이국립공원에서 80마리의 검댕 긴꼬리원숭이(Cercocebus atys) 무리를 모니터링하던 중 3분의 1이 엠폭스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엠폭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의 바이러스 유전체를 시퀀싱한 결과 단일 감염원에서 엠폭스 바이러스가 유래됐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후 연구팀은 무리 중 '바코(Bako)'라는 이름의 원숭이의 대변 샘플을 통해 3가지 이유로 푸니스키우루스 피로푸스 다람쥐가 엠폭스 바이러스의 핵심 숙주로 지목했다. 연구팀은 바코가 푸니스키우루스 피로푸스를 사냥하고 먹는 것을 관찰했다는 점, 바코의 대변 샘플을 확인하기 한 달 전 바코를 감염시킨 것과 동일한 엠폭스 파이러스가 가득한 푸니스키우루스 피로푸스 사체를 주변에서 발견한 점, 바코의 대변 샘플에서 푸니스키우르스 피로푸스 DNA를 확인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를 이끈 파비안 린더츠 헬름홀츠 감염연구센터 연구원은 "모든 조건이 다람쥐가 엠폭스 바이러스의 숙주라는 가설에 딱 들어맞는다"라고 말했다.
연구에 대한 반론도 있다. 카메룬 파스퇴르 센터의 질병 생태학자인 델리아 도린 주이시는 네이처에 "푸니스키우루스 피로푸스가 엠폭스 바이러스의 핵심 숙주인지, 엠폭스에 걸려 전염만 시키는 종일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며 "푸니스키우루스 피로푸스가 바이러스를 오래 유지하고 확산시킬 수 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린더츠 연구원은 "앞으로 국유림에 서식하는 다람쥐를 포함한 소형 포유류의 현재, 과거 엠폭스 감염 사례를 조사할 것"이라면서 "아프리카 여러 지역에서 식용 야생동물이 전통, 생계, 내전, 상업적 수요 등 복잡한 이유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숙주를 찾아내 사람들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38/d41586-025-00990-8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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