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성장세 둔화 속 돌파구
해외 유망게임 배급·IP 확장 주력
엔씨 국내외 4곳과 퍼블리싱 계약
크래프톤 인도 게임 개발사 사들여
"테스트베드·수익성 두토끼 잡아"
크래프톤이 운영하는 생활 시뮬레이션 게임 '딩컴'
컴투스의 신작 IP '전지적 독자시점',
네오위즈와 울프아이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의 컨셉 아트
국내 시장 부진으로 새 판로를 찾는 주요 게임사들이 해외 퍼블리싱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과거 퍼블리싱은 게임사들에게 수익을 내는 '보조 수단' 정도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게임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며 K 게임사들의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개발자 몸값이 높아지면서 자체 게임 개발 비용 부담이 커진 점도 원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컴투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글로벌 퍼블리셔로의 변신을 꾀하며,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게임을 발굴하고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퍼블리싱 나서는 엔씨…동유럽 주목
그간 대표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 등 자체 개발에 집중해왔던 엔씨는 신작 부진과 실적 하락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퍼블리싱을 택했다. 외부 투자 및 퍼블리싱을 통해 올해 실적 반등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엔씨는 현재 국내외 총 4개의 게임사에 IP투자 및 퍼블리싱 계약을 진행했다. 스웨덴 '문로버 게임즈', 폴란드의 '버추얼 알케미', 국내 게임회사 '빅게임스튜디오'와 '미스틸게임즈' 등이다. 모두 전문성과 IP 잠재력을 갖춘 개발사들로 특히 '버추얼 알케미'는 RPG 장르에 대한 전문성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로그라이크, 실시간전략게임(RTS), 다크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들을 결합하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곳이다.
퍼블리싱 역량을 키우기 위해 내부 전열도 가다듬고 있다. 해외 자회사 인력을 보강했고 각 개발사와 장르 전문성을 갖춘 퍼블리싱 조직을 매칭했다. 글로벌 마케팅이나 슈팅 장르 퍼블리싱 등에 추가 인력 보강도 계획 중이다. 슈팅 장르의 클러스터를 형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자체 개발과 국내외 투자를 통해 총 6종의 슈팅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동일한 장르 내에서도 각 게임별로 주력하는 요소와 특색을 강조해 퍼블리싱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동유럽은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폴란드는 동유럽 최대 게임시장으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7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성장률 8.71%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개발 완성도와 낮은 인건비 등의 장점에도 글로벌 유통력은 약하다는 점도 국내 게임사들이 눈여겨 보는 대목이다. 네오위즈 역시 지난해 폴란드 게임 개발사 '블랭크 게임 스튜디오'와 '자카자네'에 각각 1700만 달러, 800만 달러의 투자를 단행하며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다. 크래프톤도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피플캔플라이'의 지분 10%를 인수하는 등 동유럽 소규모 개발사들과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퍼블리셔' 박차
퍼블리싱 협력 지역도 동유럽은 물론, 동남아, 인도, 북미 등 글로벌 곳곳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추세다. 크래프톤은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이후 후속 IP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며 퍼블리싱과 전략적 투자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 중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글로벌 투자와 퍼블리싱 행보를 보인 크래프톤은 지난해 글로벌 게임사에서 요직을 거친 오진호 전 라이엇게임즈 사업총괄 대표를 최고 글로벌 퍼블리싱 책임자(CGPO)로 선임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에만 미국과 폴란드 등 10개 이상의 해외 게임 개발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스페인 개발사 EF 게임즈, 호주의 1인 개발자가 내놓은 생존 생활 시뮬레이션 PC 게임 '딩컴'의 글로벌 퍼블리싱 계약을 맺었고, 최근에는 인도 모바일 게임개발사 '노틸러스 모바일'의 지분을 약 202억원에 크래프톤 인도 법인이 인수했다. '노틸러스 모바일'은 인도 대표 모바일 크리켓 게임인 '리얼 크리켓' IP를 보유한 곳이다.
컴투스도 최근 몇년간 퍼블리싱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올해 AAA급 MMORPG '더 스타라이트', 방치형 RPG '갓앤데몬', 크래프팅 기반 MORPG '프로젝트M' 등 퍼블리싱 라인업으로 출시될 예정이고, 네이버 웹소설 원작의 스타 IP '전지적 독자 시점' 기반 첫 게임의 퍼블리싱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사들이 퍼블리싱을 강화하는 이유는 개발 리스크를 줄이면서도 유망 IP를 빠르게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자체 개발작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안정적인 매출원이 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테스트베드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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