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 뒤흔드는 ‘구글 캠프’
올해 7월 시칠리아서 유명인사 토론
中日 회동 이재용, 4년 연속 초청돼
정의선·최태원도 함께 참석할 예정
참석자들 정책 결정에 영향 끼쳐
로코 포르테 베르두라 골프 리조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초대 받은 ‘더 캠프(일명 구글 캠프)’는 전 세계 주요 인사들이 참여하는 ‘비공개 연례 포럼’으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부터 영국 해리 왕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로이드 블랭크파인 전 골드만삭스 CEO, 전설의 실리콘밸리 투자자 존 도어, 트래비스 캘러닉 우버 창업자까지 전 세계 정치·기술·금융 리더들이 거쳐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구글 캠프는 막후에서 산업계와 정치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가 있다.
구글 캠프가 발족한 것은 2013년이다.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 회의에 착안해 출범시켰다. 매년 7월 말~8월 초 3일간(2박3일)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서부 휴양지인 로코 포르테 베르두라 골프 리조트에서 열린다. 장소와 시간만 알려졌을 뿐 나머지는 철저히 비밀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글 캠프는 언뜻 실리콘밸리 거물들의 사교 파티처럼 보이지만, 다보스 포럼에 비유할 만큼 내용이 진지하다”면서 “리더들이 모여 이해관계를 떠나 인류가 직면한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고, 지혜를 모으는 아이디어 교류의 장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고 설명했다.
로코 포르테 베르두라 골프 리조트
행사는 하루 종일 이어진다. 아침에는 집중 토론, 오후에는 휴식과 네트워킹, 저녁에는 문화 행사 순이다. 특히 매년 화제가 되는 화두가 안건으로 올라온다. 그동안 알려진 주제는 인공지능(AI), 데이터 보안, 기후 변화 등이다. 모두 인류 공통의 과제다.
안건은 단순히 안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영국 해리 왕자는 2019년 구글 캠프에 참여해 기후 변화 해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여러 여행·IT 대기업들과 함께 녹색 관광 벤처기업인 ‘트래발리스트(Travalyst)’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당시 구글과 페이스북은 환경 관련 새 정책과 투자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2019년 행사에 참석한 한 EU 고위인사는 “캠프 참석 이후 유럽연합(EU)의 디지털 세금과 데이터 규제 논의 방향에 변화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잇따라 이번 행사에 초대받으면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회의 안건이 ‘글로벌 공급망 및 무역’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기술 패권 경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하면서 무역 질서 개편, 공급망 재정비, 관세 갈등이 올해 주요 화두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올해 초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도 각국 정상들이 보호무역과 관세 문제를 놓고 토론을 벌였다. 또 2024년 행사 주제가 AI를 비롯한 기술 혁신인 점을 고려할 때, 연장선에서 기술 패권이 촉발한 경제 질서 변화 역시 안건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재계 리더들은 올 들어 글로벌 행보를 보이면서 공급망 점검에 나서고 있다.
2022년부터 구글 캠프에 4년 연속 유일하게 초청받은 총수인 이재용 회장은 최근 중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현지 주요 CEO들과 릴레이 회동을 가졌다. 또 올해 처음으로 초대받은 정의선 회장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준공하는 등 공급망 정비에 나섰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세미나에서 “최근 반도체나 자동차를 둘러싼 공급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과연 안정성, 효율성을 각각 얼마나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번 한국 총수들의 참석으로 전 세계 CEO들 역시 한국 기업의 공급망 관리 노하우에 대해 귀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구글 캠프 자체가 철저히 비공개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성과를 알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생각을 한 방향으로 모으는 자리인 만큼, 하반기에는 다른 정책적 흐름이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 용어설명 ▷▷ 구글 캠프 = 구글 공동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주최하는 초청제 비공개 국제 사교 포럼. 매년 여름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며, 세계 각국의 정·재계 유력 인사와 기술·문화 리더들이 모여 글로벌 이슈를 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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