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F 안동 주니어(J60)에서 김원민에게 코칭을 하고 있는 신미란 감독(오른쪽)
'오프 코트 코칭(Off-court Coaching)'이 경기의 모멘텀을 바꿀 수 있을까? 안동에서 펼쳐지고 있는 ITF 안동 국제주니어테니스투어(J60)에선 성공적인 모습이다.
국제테니스연맹(ITF)은 작년 말 '오프 코트 코칭'을 허용하는 규칙을 룰북에 삽입하며 2025년 1월 1일부터 이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오프 코트 코칭'은 코치가 코트 밖 특정 위치에서 선수와 경기 중에 구두 혹은 수신호로 소통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룰이다. 2017년 첫 시범 적용 이후 찬반 논란이 거셌지만 지난 몇 년간 프로 투어 대회와 4대 그랜드슬램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테니스 경기의 일부로 자리를 잡았다.
ITF가 발표한 규칙에 따르면 실제 '오프 코트 코칭'의 허용 여부나 세부적인 규칙은 각 대회의 승인 기관의 재량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세계 테니스를 관장하는 ITF가 '오프 코트 코칭'을 허용하는 제도적인 기반을 공식화 하면서 그동안 불문율과 같았던 코칭 논란을 일축한 모양새다.
'오프 코트 코칭'은 ITF가 주관하는 성인 투어 무대 뿐만 아니라 주니어 투어까지 확대 적용됐다. 경상북도 안동시에서 개최 중인 ITF 안동 국제주니어테니스투어에서도 각 코트의 베이스라인 뒤편에 마련된 코칭석에서 선수들과 소통하는 코치의 모습이 눈에 띈다.
9일 안동시민운동장 테니스장 1번 코트에서 남자 단식 첫 경기를 가진 김원민(안동SC)은 김영훈(서울고)을 상대로 세트 스코어 2-0(7-5, 6-1)으로 승리했지만 1세트와 2세트에서 경기력에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3개의 ITF 주니어 타이틀을 획득하며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꼽히는 김원민은 1세트에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보여줬다. 김원민은 1세트를 결국 가져갔지만 최근 보여준 경기력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
1세트 후반 김원민의 코치인 신미란 안동SC 감독이 코칭석에 들어갔다. 신미란 감독은 지정된 자리에서 김원민이 같은 엔드 사이드에 위치할 때마다 구두와 수신호로 다양한 코칭을 했다.
신미란 감독은 "선수가 코칭이 필요한 적절한 타이밍에 코칭석에 들어갔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과 최근 연속된 경기 출전으로 체력적으로 지쳐있는 상태였다. 상대도 작년 원민이에게 많은 패배를 안겼던 선수다. 게임을 지키려고만 하고 소극적으로 되는 부분이 있어 한 게임, 한 게임에 집중하고 자기 공을 칠 수 있도록 코칭했다"고 전했다.
코칭을 받은 김원민은 2세트에서 경기력이 점차 살아나면서 단 한 게임만을 내주며 승리를 거뒀다. 김원민은 경기 후 "코칭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앞으로 투어를 다니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오프 코트 코칭'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이다인의 경기에서 코칭석에 앉아 있는 김영홍 코치
여자 단식에선 이다인(임용규TA)이 박하안(디그니티A)을 상대로 2-6 6-2 6-1로 역전승을 거뒀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거주하다 한국에 돌아온 이다인은 임용규TA에 둥지를 틀고 국내에서 개최 중인 ITF 주니어 투어 대회에 출전 중이다.
과거 ITF 주니어 투어 8강까지 올랐던 이다인은 올해 3월 시작된 ITF 바볼랏 인천 주니어를 시작으로 4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모두 1회전 탈락하며 부진하고 있었다.
이다인은 이번 대회에서 전 한솔오크밸리 코치 출신 김영홍 코치에게 단기 코칭을 받고 있는데 김영홍 코치가 이번 경기 동안 코칭석을 지키며 이다인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감초 역할을 했다.
1세트에서 언포스드 에러를 다수 범했던 이다인은 2세트부터 스트로크 안정성과 경기 운영 능력이 향상되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이번 시즌 ITF 주니어 투어 첫 승을 거뒀다.
이다인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고 기분이 다운될 때 코치님이 뒤에서 코칭을 해줬다. 훈련할 때 연습한 부분에 대한 힌트를 주면 그걸 떠올리면서 연습할 때처럼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남자프로테니스 전 세계랭킹 10위 데니스 샤포발로프(캐나다)는 '오프 코트 코칭'이 확대하는 테니스계의 변화 흐름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오롯이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테니스의 독자성이 침해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진행되던 경기 중 코칭을 양지화하고 하나의 팀인 선수와 코치가 함께 경기를 풀어간다는 면에서 테니스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닌지 지켜 볼 일이다.
이준혁(GCM)의 경기에서 코칭 중인 오성국 코치
한가현(임용규TA) 코칭석에 앉아 있는 임용규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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