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트 상황에서의 김다빈-이은혜 (사진출처/MSLTA)
한국 여자 테니스 국가대표팀(감독 조윤정)이 2025 빌리진킹컵(세계여자단체테니스선수권대회)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풀리그 두번째 경기에서 패했다. 작년 윔블던 8강 진출자이자 뉴질랜드 에이스인 루루 선(40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루루 선이 출전한 단복식을 모두 패하며 매치 스코어 1-2로 패했다.
승패가 결정되는 복식 3세트 10포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역전패를 당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 7-4로 앞서 있었지만 석연치 않은 판정이 갑자기 세 개나 쏟아지며 8-10으로 패하고 말았다. 경기 후 조윤정 감독이 이례적으로 강하게 항의를 할 정도였다.
8일, 인도 푸네에서 개막해 여섯 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경기하는 이번 대회에서 1승 1패 팀은 한국을 포함해 현재 4팀이다. 상위 2팀이 오는 11월 열리는 플레이오프 출전권을 따낼 수 있다. 한국은 10일 태국을 상대로 3차전을 갖는다.
[프리뷰 & 최초 라인업]
전날 열린 첫 경기에서 승리한 양 국가의 대결. 관건은 이번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출전 선수 중 WTA 랭킹이 40위로 유일한 TOP 100 선수인 루루 선(뉴질랜드)이었다. 루루 선은 작년 윔블던 8강으로 랭킹이 급상승하며 WTA 신인상까지 수상한 선수다. 이번 대회 출전 선수 1강을 뽑으라면 단연 루루 선이다.
뉴질랜드는 엔트리 제출 시점부터 '루루 선 하나만 믿고 간다'는 전략이었다. 첫 번째 단식 자리에는 주니어 선수들을 동행시키며 경험치를 먹이는데 주력했다. 대신 승부수는 루루 선이 출전하는 두 번째 단식, 마지막 복식에 걸겠다는 것이었다. 루루 선이 소위 '2타점'에 성공하는 것이 뉴질랜드의 이번 대회 승리 공식이었다. 그리고 첫 날 인도와의 경기에서 뉴질랜드의 승리 공식은 통했다.
첫 날 대만을 3-0으로 꺾은 한국의 둘째 날 전략은 간단했다. '루루 선의 2타점을 막는 것'이었다. 단식이건 복식이건 루루 선이 출전하는 경기 중 하나만 잡으면 됐다. 현실적으로는 복식 가능성이 더 커 보였고, 어느 쪽이 이기던 최종 매치 스코어는 2-1이 될 것으로 보였다.
단식 | 박소현(305위) vs 리니 장(랭킹 없음)
단식 | 백다연(299위) vs 루루 선(40위)
복식 | 김다빈(849위)-이은혜(485위) vs 루루 선(285위)-모니크 배리(262위) / 복식랭킹
뉴질랜드는 최초 엔트리에는 없었던 리니 장이라는 선수가 1번 단식에 나섰다. 대회 개막 직전 추가 등록됐는데, 현재 성인 랭킹이 없는 주니어 선수였다. 박소현이 당연히 이겨야 하는 경기가 됐다.
역시나 관건은 루루 선이 출전하는 나머지 경기들이었다. 단식에는 백다연, 복식에는 전날 대만과의 경기에서 좋은 호흡을 보인 김다빈-이은혜 조가 다시 이름을 올렸다.
백다연은 상대방 입장에서 플레이 스타일이 독특하다. 굉장히 수비적이다. 최대한 버티면서 상대방의 심기를 건드린다. 결국 실수를 유발해 득점하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2023년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를 잡은 적 있다.
백다연에게 기대하는 또다른 한 가지는 물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이날 인도의 기온은 역시 섭씨 39도였다. 비록 백다연이 패하더라도 최대한 루루 선의 체력을 갉아먹는 것이 필요했다. 경기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복식에서의 가능성은 더 커 보였기 때문이었다.
박소현 2-0(6-1 6-0) 리니 장
어른(박소연)과 아이(리니 장)의 대결. 올해 2007년생 18세로 여전히 주니어 신분인 리니 장은 성인, 주니어 모두 현재 랭킹이 없다. 주니어대회 대신 국제 성인대회에 도전하고 있건만 1년 사이 본선에 오른 적은 없었다는 말이다. 최근 기세가 좋은 박소현에게는 매우 쉬운 대결이었다.
경기는 45분 만에 박소현의 완승으로 끝났다. 박소현은 본인의 서브게임을 한 차례 내주기는 했지만 리니 장의 모든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손쉬운 승리를 따냈다.
백다연 0-2(4-6 1-6) 루루 선
경기는 83분 만에 끝났다. 백다연이 루루 선에 4-6 1-6으로 패했다. 1세트를 내주기는 했지만 중반까지 백다연은 비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파워 대결에서는 루루 선이 앞섰으나 백다연의 전체적인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결정력의 차이가 컸다. 2세트 1-2에서 맞이한 네 번째 게임이 가장 아쉬웠다. 루루 선의 서브 게임으로 동점을 만들어야 하는 백다연이 계속해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어드밴티지 상황에서 끝내지 못했다. 결정적일 때 사이드 아웃 실수가 나온 것이 가장 뼈아팠다. 결국 다섯 번의 듀스 끝에 그 게임을 내주며 격차가 더 벌어졌다. 이 게임에서 승부의 추가 확 기울어졌다.
백다연은 나머지 게임을 모두 내주며 결국 1-6으로 2세트마저 내줬다. 1세트를 거치며 생소했던 백다연의 플레이에 루루 선은 2세트 완벽히 적응을 마친 모습이었다. 결국 예상대로 단식은 양 국가가 하나씩 나눠 가진 채 복식으로 이어졌다.
김다빈-이은혜 1-2(3-6 6-4 [8-10]) 루루 선-모니크 배리
첫날 승리를 합작한 김다빈과 이은혜가 뉴질랜드 전에도 다시 출격했다. 루루 선-모니크 배리 조도 첫날 경기에서 인도 조를 꺾으며 승리한 바 있다. 어찌됐건 양 국가의 필승 카드임이 분명했다.
2세트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결국 뉴질랜드 전도 3세트 10포인트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한국은 세트 중반까지 7-4로 앞서며 승리를 코 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석연치 않은 판정들이 이어졌다. 그 판정들은 모두 한국의 실점이 되었다.
오심성 베이스라인 아웃콜로 인해 8-4가 되어야 할 상황이 7-5가 됐다. 이어진 다음 랠리에서는 사이드아웃 여부가 애매했다. 하지만 이 판정 또한 뉴질랜드에게 유리하게 적용됐다. 또다시 실점했고 7-6이 됐다. 갑자기 한국이 여유 없이 쫓기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결국 순식간에 7-9까지 역전을 허용했다.
8-9 상황에서의 마지막 랠리도 문제였다. 루루 선의 서브가 폴트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대로 진행됐고 이은혜의 리턴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짧아진 리턴으로 결국 3구 만에 랠리가 끝났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던 조윤정 감독이 뛰쳐나와 항의할 정도였다.
결국 7-4 상황부터 석연치 않은 판정 세 개가 갑자기 겹쳤다. 그 포인트들은 모두 한국의 실점이었고,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약 5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오심임을 확신하는 분위기였다. 경기 종료 후 조윤정 감독은 주심, 선심에게 모두 항의했으며, 박소현은 해당 선심에게 "왜 거기 앉아 있는 것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선수들은 경기 종료 10분 후에도 좀처럼 코트를 떠나지 못하며 아쉬움을 삼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종합]
예상대로 복식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한국은 승리까지 세 포인트를 먼저 남겨 놓으며 경기를 잘 풀어갔다. 하지만 오심성 판정들이 겹치며 결국 경기를 놓쳤다. 패한 경기는 어떻게 뒤집힐 수 없다. 잘 만들어갔지만 외부적인 요인(오심으로 주장)으로 인해 경기를 망치고 말았다. 한국은 1승 1패가 됐고, 루루 선의 막강함을 실감 중인 뉴질랜드는 2승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9일 경기에서는 인도가 태국을 2-1로, 홍콩이 대만을 2-1로 꺾었다. 이번 대회 인도의 단식 에이스 역할을 맡아주고 있던 사하자 야마라팔리(316위)가 이날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다. 부상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인도 입장에서는 또다른 변수가 생겼다.
2일차까지 진행된 현재 한국의 순위는 3위다. 대회 2일차까지만 소화했는데 1승 1패가 네 팀이며, 벌써부터 매치득실, 세트득실로 순위가 갈리고 있다. 이 분위기는 최종 순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국은 10일, 태국을 만난다. 태국은 이번 대회 출전국 중 단식이 가장 강하다. 대만, 뉴질랜드보다도 더욱 어려운 상대가 될 전망이다.
태국의 올해 에이스인 마난차야 사왕카우는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200~300위권 선수였다. 최근 랭킹이 급상승하며 100위권 진입을 목전에 뒀다(110위). 백다연 또는 박소현이 출전할 것으로 보이는 마난차야와의 경기인데 이번 경기는 두번째 단식이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현재까지 순위
순위 국가 성적 매치득실
1 뉴질랜드 2승 +2
2 태국 1승 1패 +2 (세트득실 우위)
3 한국 1승 1패 +2
4 인도 1승 1패 0
5 홍콩 1승 1패 -2
6 대만 2패 -4
*사진출처 = 인도 푸네 MSLTA
[기사제보 tennis@tenni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