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로서의 '판타지라이프'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힐링 MMORPG
넥슨 '마비노기 모바일(이하 마비노기M)' 인기가 상당하다. 예상과 다르게 근래 이런 MMORPG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꽤 재미있다. 도시에서 바쁜 삶을 살다가 귀농한 느낌이랄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게임이다.
초반 야박했던 평가가 콘텐츠 후반에서 뒤집힌 걸 보면 역시 MMORPG는 전반적인 성장 과정, 그리고 엔드 콘텐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장르임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다. 확실한 건 개발진의 의도는 분명했다는 사실이다.
데브캣에서 강조한 '판타지라이프'에 충만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평가하고 싶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MMORPG임에도 시간적 부담이 없다.
이런 게임이 요즘 시장에 없다.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그래픽, 캐릭터 스펙에 스트레스 받지 않은, 그리고 잘 만든 생활 콘텐츠가 결합된 MMORPG는 마비노기M이 유일하다시피하다.
MMORPG 장르가 하락세인 게 아니라 "단지 재밌는 MMORPG가 적었다"라는 말이 와닿는 게임이다. 더욱이 유저마다의 시간의 가치가 더욱 비싸진 요즘 시간을 덜 들어도 된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마비노기M을 흰쌀밥에 비유하고 싶다. 자극적이진 않지만 씹을수록 단맛이 나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MMORPG'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 게임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 오랜만에 판타지 낭만 제대로 만족시키는 MMORPG가 나왔다
장르 : MMORPG
출시일 : 2025년 3월 27일
개발 : 데브캣
유통 : 넥슨
플랫폼 : PC, 모바일
■ 유저가 원하는 호흡으로 즐기는 MMORPG
- 콘텐츠 분재화를 통해 짧은 호흡으로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마비노기M은 보기와 다르게 구조가 매우 탄탄하면서도 부담이 적다. 이게 마비노기M의 핵심 경쟁력이다. 초반부 시간을 튜토리얼에 할애하기 때문에 소위 '노잼' 구간이 상당히 긴 편에 속하지만, 이를 넘기면 유저가 원하는 호흡대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먼저, 전투 콘텐츠를 즐기는 데 있어 '은동전'과 '마족 공물'이란 재화를 사용하게 만듬으로써 게임을 분재화시켰다. '던전앤파이터'의 피로도 시스템과 유사한 형태다. 여타 분재 게임과 마찬가지로 매일, 꾸준히 즐기는 게 중요하다.
분재 형태의 게임 구조는 바쁜 하루를 보내는 직장인에게 주요하게 먹혀들었다. 출퇴근하면서 당일 주어진 재화만 털어내도 육성의 격차가 크게 밀리지 않는 덕분이다. 육성 피로도가 상당히 적다.
PvP 콘텐츠도 없기 때문에 다른 유저와의 경쟁에서 오는 심리적 피로도 없다. 유저가 하고 싶은 만큼, 욕심나는 만큼 과금하면 된다. '가볍게 즐길 만한 MMORPG'가 근래 있었나? 그동안 전무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몇 년간 피나는 경쟁이 MMORPG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 득템에서 오는 도파민은 확실하다
득템이 주는 도파민과 성장의 재미도 챙겼다. 잠에 들기 전에 내일 던전에서 득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 그 과정이 남들과의 경쟁을 거쳐야 하는 것도 아니고 험난하지도 않다.
성장의 재미는 '과정에서 오는 불쾌함'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성장의 재미를 저해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대부분 강화 실패 리스크, 즉 '파괴'나 '하락'이다. 들인 시간과 재화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성장에 대한 기대보단 실패 시 리스크를 더욱 걱정하게 만든다.
마비노기M에는 실패 시 등급 하락이나 파괴 요소가 없다. 실패 시 장비에 '저주'가 걸릴 뿐이다. 게다가 저주는 던전 한 바퀴만 돌아도 수십 개는 얻을 수 있는 재화를 매우 소량 사용해 해제할 수 있다. 시간과 들인 재화의 가치를 보존해주는 강화 천장도 존재한다. 리스크가 거의 없다시피하기 때문에 유저는 성장의 기대감을 품고 강화버튼을 누를 수 있다.
대신 강화 리스크는 '룬 승급'에 치중돼 있다. 룬 승급은 승급 실패 시 처음 넣은 재료 하나만 남고 모두 사라진다. 하지만 상위 룬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도 아니고, 최고 등급인 전설을 가는 확률이 10%로 생각보다 할만 한 수치다. 룬은 던전을 돌다보면 쌓이기 마련이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이 쓰지 않는 잔여 룬을 써도 되는 것도 스트레스가 적은 이유다.
정리하자면 마비노기M은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고, 유저가 원하는 호흡에 맞춰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근래 보기 힘든 '가벼운 MMORPG'다. 그러면서 MMORPG 본연의 재미라 할 수 있는 성장의 재미와 득템 도파민은 제대로 설계돼 있다. 마비노기M의 친절은 약이 됐다.
- 강화 스트레스가 거의 없는 게 마비노기M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생활 콘텐츠
- 생활 스킬은 골고루 올리는 게 좋다
마비노기M의 생활 콘텐츠 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다. 거래소에서 데카로 구매하는 게 가능하지만, 효율이 좋지 않거니와 그만한 과금력을 가진 유저는 손에 꼽는다. 대부분의 유저는 자급자족하게 돼 있다.
생활 설계가 상당히 잘 돼 있다. 생활은 각 분야가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한다. 가령, 약품 제조는 약초 채집과 묶이고, 음식은 낚시, 일상 채집 등의 스킬이 필요하다. 전반적으로 모든 생활 스킬을 함께 올리면서도 '하루 24시간'이란 제한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육성해야 한다.
생활 스킬을 올리는 부담은 거의 없다. 이게 포인트다. 자동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모바일 기반 게임이란 대목이 생활에서 그 진가를 뽐낸다. 생활은 여러 항목을 골고루 올려야 해 시간이 꽤 많이 소요되지만, 그에 대한 부담이 적은 이유다.
세로 모드는 직장인들에게 그야말로 축복과 같다. 회사에서 가로로 휴대폰을 들고 있으면 주위 시선이 부담스럽다. 틈틈이 휴대폰으로 채집 자동을 돌려놓으면 퇴근할 때쯤 꽤나 레벨이 올라있다. 출근 시간이 아니더라도 자는 시간에만 돌려놔도 충분하다.
- 시간이 많이 들어가지만 자동 기능을 지원하니 걱정이 없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주요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내 여유 시간을 크게 투자할 필요가 적다는 의미다. 이는 마비노기M이 '가벼운 MMORPG'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
생활은 무소과금 유저들에게 매우 큰 힘이 된다. 열심히 재료를 비비고, 아이템을 만들어 장터에 팔아 데카를 벌 수 있다. 강괴나 각종 도핑이나 물약을 팔아 패키지를 사고, 강화 재료를 구매해 성장에 투자할 수 있다.
직관성도 뚜렷하다. 생활에 막힘이 없다. 아이템을 클릭했을 때 '구하는 방법'이란 가이드가 정말 세세하게 구비돼 있다. 상위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있는지도 명시돼 있어 어려움이 없다.
생활은 원작 마비노기를 훌륭히 계승하면서도 무거움은 덜어냈다. 데브캣 김동건 대표의 말마따나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도록 노력한 흔적이 여럿 보인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 생활은 무소과금 유저들에게 매우 큰 힘이 된다
■ 마무리는 좀 더 다듬을 필요가 있다
- 가방 정리 기능 추가가 가장 시급해 보인다
마비노기M은 디테일하게 따졌을 때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 많다. 특히 인벤토리에서 두드러진다. 생활 콘텐츠가 장려되기 때문에 가방 안에 수많은 재료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 흔한 가방 정리 기능조차 없다.
카테고리 별 항목만 나뉘어져 있을 뿐 보기 좋은 위치에 원하는 아이템을 놓지도 못하고, 같은 종류의 아이템끼리 분류해 정리하는 정렬 기능도 없다. 나중에 가면 속이 터져 죽을 맛이다.
이를 제조업의 '마감'에 비유하고 싶다. 제아무리 값비싸고 잘 만든 원목 가구도 마감이 좋지 못하면 좋은 평가를 얻기 힘들다. 구조와 설계가 잘 돼있다고 하지만 플레이에 있어 직접적으로 와닿는 대목에서 불편함이 큰 건 아무래도 큰 감점 요소다.
하위 룬이나 보석에 일괄 승급이 없는 것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게임 QA 과정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을까. 던전을 돌다보면 녹색 룬과 보석이 수십, 수백 개씩 쌓인다. 이를 승급시켜 상위 등급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수많은 룬과 보석을 하나 하나 승급시키고 있어야 한다. 팔도 아픈데 시간도 아깝다.
- 이 많은 보석을 3개씩 합칠 생각을 하면 게임을 끄고 싶어진다
검은 구멍이나 결계 등 일일 조건이 있는 콘텐츠에 대한 참여 횟수 확인 기능도 없다. 일일이 가서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하다보면 내가 했는지, 안 했는지 가물가물할 때가 있기 마련인데, 이를 확인할 편의가 없는 현실이 상당히 아쉽다.
원신의 '레진'이나 붕괴 스타레일의 '개척력'처럼 입장 재화가 언제 다시 생성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도 없다. 다음 은동전과 공물을 받기까지 남은 시간을 알려주지 않아 유저가 직접 지급되는 시간을 기억해야 하는 건 상당히 불편하다.
램 누수 등 최적화는 매우 큰 문제다. 오픈 첫 주에는 게임을 30분만 켜놔도 메모리 누수로 프레임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게임이 종료되는 등 정말 문제가 많았다. 패치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됐다지만, 2시간 정도 켜놓으면 다시 문제가 불거진다.
캡콤 '몬스터 헌터 와일즈'도 최적화 문제로 박한 평가를 받은 게임이다. 최적화는 가방 정리보다 훨씬 중대한 문제다. 게임이란 '상품'을 이용하는데, 그 상품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크리티컬한 문제인 탓이다.
장점
1. 유저가 원하는 호흡 속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2. 생활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3. 상세한 튜토리얼과 자세한 안내로 누구나 쉽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단점
1. 편의 기능이 열악해 플레이하면서 불편한게 많다
2. 게임 최적화가 안 좋아 자주 게임이 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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