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KAIST 초빙교수 겸 가수가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에서 ‘AI와 엔터테크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대전)=김광우·차민주 기자] “연예인 보러 왔는데, 로봇이 더 인상 깊었어요”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로봇개’,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걷게 한 ‘웨어러블 로봇’,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 하는 ‘행동 모방 로봇’까지.
이 모든 첨단 기술이 한데 모인 곳은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 지난 9일 대전 KAIST에서 열린 국내 대표 ICT·과학기술 포럼이다.
이날 행사에는 지드래곤은 물론, 이정재 배우 겸 감독, 가수 선미, 비비 등 유명 인사들의 각종 무대가 이어졌다. 하지만 귀갓길 관객들의 대화 주제는 유명 인사들뿐만이 아니었다.
행사장을 나선 많은 관객이 로봇 등 이날 시연된 과학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테크·과학을 즐겨라(Tech Up the Party!)’라는 주제에 걸맞게, 일반 대중들에 와닿을 수 있는 과학·기술의 향연이 펼쳐진 것이다.
가수 청하가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에서 화려한 무대를 펼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지난 9일 대전 카이스트(KAIST) 류근철 스포츠컴플렉스에서 헤럴드미디어그룹 주최로 열린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장에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KAIST 학생 및 일반 관객 1만여 명이 자리를 지켰다.
행사 열기는 전날부터 이어졌다. 관객들은 행사 시작 9시간 전인 오전 6시부터 행사장 입구에 줄을 섰다. 많은 이들이 가수 지드래곤 등 연예인들의 무대나 축하공연을 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행사가 시작된 후 분위기는 반전했다. 과학 기술을 주제로 진행된 각종 세션은 연예인들의 무대나 축하공연에 못지않게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이정재 아티스트컴퍼니 이사가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에서 카이스트 학생들과 함께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을 재연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헤럴드경제]
배우이자 감독, 엔터테인먼트 경영자로 활동 중인 이정재 아티스트컴퍼티 이사는 엔터테크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토크쇼에 패널로 참석했다. 관객들은 이 이사가 무대에 등장하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곧 엔터 업계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 이사의 발언이 시작되자, 연신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무대에는 카이스트 로봇 동아리 ‘미스터(MR)’ 학생들이 오징어게임을 콘셉트로 선보인 무대도 마련됐다. 이들은 사람을 움직이면 총을 쏘는 로봇, 사람의 행동을 모방해 움직이는 로봇 등을 선보였다. 학생들의 요청으로 이정재 이사가 무대에 참석해 팔로 얼굴을 가리는 ‘얼음’ 장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서순영(48) 씨는 “새로운 기술들을 본 게 기억에 남는다”며 “KAIST 학생들이 만든 로봇과 이정재 배우가 같은 무대에 서 있는 것을 보며, 뭔지 모를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나중에 얼마나 더 대단한 것들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이세돌 전 프로바둑기사가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의 과학콘서트에 참석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이세돌 전 프로바둑기사가 참여한 과학 콘서트 또한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여기에는 공경철 엔젤로보틱스 의장(KAIST 기계공학과 교수), 이해신·김대수 KAIST 교수가 참석했다. 특히 해당 무대와 함께 등장한 웨어러블 로봇에 관한 관심이 쏟아졌다.
공 의장이 KAIST 연구진과 함께 제작한 해당 로봇은 하반신마비 장애인이 보행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탑재됐다. 특히 하반신마비 증상을 앓는 연구원이 직접 로봇을 착용하고, 보행하기까지 서사를 담은 영상이 동시에 상영되며, 관객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김승환 KAIST 연구원이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에서 웨어러블 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대전=임세준 기자]
KAIST 재학생 민하경(28) 씨는 “하반신마비 장애인을 일어나게끔 도와주는 웨어러블 로봇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며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기술인데, 어느새 고성능을 탑재해 실생활에 이용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는 것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에는 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된 가수 지드래곤, 이승섭 KAIST 교수 등이 ‘스페셜 토크쇼’를 진행하며 엔터테크에 대한 시각을 공유했다.
유독 눈에 띈 기술은 황보제민 KAIST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라이보2’. 지난달 열린 지드래곤 단독 콘서트에서도 등장한 일명 ‘로봇개’는 이날 무대에 올라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관객들 또한 실제 공연을 보는 듯 호응했다.
지드래곤 KAIST 교수 겸 가수가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의 스페셜무대에 참석해 자신의 노래로 춤을 추는 사족보행 로봇을 보고 있다. [이상섭 기자]
카이스트(KAIST) 우주연구팀과 함께 지드래곤의 음원·음성을 지구 너머로 보내는 ‘우주 음원 송출 프로젝트’도 공개됐다. 지드래곤은 지난해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4’에서 KAIST 기계공학과 초빙교수로 임명된 후, 과학기술을 문화산업에 접목하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 또한 그 일환에서 진행됐다.
이에 지드래곤 팬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면모를 봤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세진(29) 씨는 “지드래곤이 카이스트 교수로서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 계획된 월드투어 등에서 어떤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있을지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9회째를 맞는 ‘이노베이트 코리아 2025’는 ICT·과학 분야 전문가, 학계 및 기업인,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학생과 일반인들이 모두 참석하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ICT·과학기술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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